호랑거미
                          김명석
허공에 동심원을 그리고
목구멍에 거미줄을 친 호랑거미
간혹 인간에게 세 들어 살기도 하지만
서울 아파트는 실크 값이어서
호랑거미는 똥줄 다 빼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지를 기둥 삼아 길쌈해 해먹을 치고
전원생활을 하는 귀농인
갈라진 벽 틈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지만
집 한 채로 만족하는 1주택자
밝은 달이 뜨면 거미줄에 달빛 조명이 켜지고
비가 오면 비가 거미집을 청소해 주고
비 온 뒤에는 거미줄에 햇방울이 도르르 구른다
기다리다 지쳐 거미줄처럼 가늘어진 거미다리
바람 한 점에 핸드폰이 진동하고
동심원이 싱숭생숭, 파문이 인다
시방도 거미줄에 갇혀 연명하는
이빨 빠진 호랑이
독거노인

사진 인송
사진 인송

 

 

 

 

 

 

 

 


김명석 1961년 서울 출생, 수도중학교 제1회 백일장 운문 부문 차상, 제10회 기독교문예 단편소설 부문, 제11회 기독교문예 시 부문 신인문학상, 한국기독교작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동행길> <생의 언저리에서>, 장편소설 <밀레니엄 그 후> <후회 없이 돌이키지 않게> <반달>, 단편소설집 <호루라기>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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