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처   
                                        김세홍
함박눈 펑펑 쏟아지는 아침
골목 어귀에 누가 만들어 놓았을까
눈썹은 숯검댕이요
코와 입은 삐뚤어진 눈부처
홀로 앉아 있다

앞 강물 내리는 눈송이 받아 몸 뒤척이며 흐르고
앙상한 나뭇가지 눈꽃 피워 올린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발자국
눈길 위에 어지럽게 찍혀 있다

'세상은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것이다'라고
눈부처 지그시 눈을 감고 묵상 중이다

 

 

 

 

 

 

 

 

 

 

 

 

 

 

 

 

김세홍 1960년 전남 광양 출생, 2014년 《대한 문학세계》詩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이사(전), 시와 늪 문인협회 이사, 이든 문학회 부회장, 2019년 제6회 홍재 문학상, 시와 늪 작가상 수상, 시집 『고래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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