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머물다
                                                             박성현

바람이 불었네
미세먼지가 씻겨 간 오후
외투에 툭, 떨어진 햇살 한줌 물컹했네 
잠시 병(病)을 내려놓고 걸어 다녔네
시청과 시립미술관이 까닭 없이 멀었네
정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해 기우는 서촌에서 부스럼 같은 구름을 보았네
물고기는 허공이 집이라 바닥이 닿지 않는데
나는 바닥 말고는 기댈 곳 없었네
가파르게 바람이 불어왔네
내 몸으로 기우는 저녁이 쓸쓸했네
쓸쓸해서 오래 머물렀네

사진  인송
사진 인송

 

 

 

 

 

 

 

 

 

 

 

 

 

박성현 시인, 2009년 중앙일보 등단,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2013), 세종도서 교양부분 선정(2018),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2019), 우수출판콘텐츠 선정(2020), 
서울교대 출강, 시집으로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2018),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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