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잊어
김정란
수원역에서 향교를 지나
큰길에서 팔달문을 바라보면
왼쪽으로 큰 건물이 있다
외벽은 건재하나
속은 추억으로 채워야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끝나고 버스도 끊어졌지만
내 어깨에 앉아 노래하는 마리아 수녀님
그녀의 트랩 대령은 달빛을 끌고 온다
뒤 돌아 걸어
찻집이 된 매표소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간판만 중앙극장인 백반집에서 허기를 채우면
눈썹 사이로 영상이 보인다
기이한 일이 또 있다
잠들지 않는 노안이
시계 소리에 맞춰 걸음을 재촉할 때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선도부장 선생님
김정란 1960년 수원출생, 아주대 행정학과, 안산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진흥재단 수필시대, 식품의약품안전청, 경기도 규제개혁 제안 다수 수상, 포천군청과 안산시청에 재직했다.
일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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