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평화경제시대' 구상
'한반도 비핵화' 위한 해법 제시
'평화 지향 안보' 에 대한 논의도

남북평화협력과 DMZ의 평화적 활용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던 '2021 DMZ 포럼'이 지난 22일 열린 종합라운드테이블에서 ‘2021 DMZ 포럼 경기평화선언문’을 채택하며 뜨거웠던 담론의 장을 마무리했다.

올해 DMZ 포럼 참석자들은 이번 경기평화선언을 통해 지난 21~22일 양일간 논의했던 사항들을 중심으로 분단 극복과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총 10가지의 안건을 제시, 관련 주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촉구했다.

경기도와 (사)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연구원, 킨텍스,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석학, 전문가, 평화 운동단체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21~22일 양일간 진행된 포럼에서는 ‘새로운 평화의 지평을 열다’를 주제로 기조연설, 기획세션 5개, 특별세션 3개, 평화운동 협력세션 12개 등 총 20개의 세션을 통해 열띤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특히 21일 개막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생명평화지대로써의 DMZ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경제시대’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이 지사는 ‘안전한 DMZ의 실현과 한반도 평화경제시대’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DMZ의 생명평화지대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한반도 평화경제시대와 동북아 평화 공동체라는 보다 큰 미래를 가능하게 하자”고 강조했다.

21일 오전 킨텍스 제1전시장 3층 그랜드볼룸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1 DMZ' 포럼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21일 오전 킨텍스 제1전시장 3층 그랜드볼룸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1 DMZ' 포럼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창조적 해법과 다자적 접근 공감 형성

포럼 첫날인 21일에는 특별세션 2개와 기획세션 1개, 평화운동 협력세션 각 5개 등 총 12개 세션이 열렸다. DMZ 포럼은 한반도 평화구상, 남북교류협력 방안, 국제협력 방안 등을 주제로 총 20개 세션이 진행됐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길’을 주제로 진행된 특별세션1은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비롯해 현장경험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한반도 주변 4강 미국·중국·일본·러시아 토론자들이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지난 4년간의 남·북·미 교차 대화의 성과를 평가하며 교착상태에 빠진 현 국면을 타개할 창조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특히 참석자들은 북·미 간 양자 방식에 북한 비핵화 과정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창조적 해법과 다자주의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문정인 이사장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상황을 ‘차가운 평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라며 “곧 열릴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도 현재의 경색 국면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로 전환하는 데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평소 미·중 전략 경쟁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 있는 ‘초월적 외교’가 필요하다 주장해왔다. 이 맥락에서 그는 “북·미는 실용적 접근을 통해 각각 북한인권문제와 대북제재문제에 융통성을 발휘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우리 정부는 창의력과 결단력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이종석 수석연구위원은 스냅백(제재복원)을 고리로 하는 새로운 북한 비핵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식은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하고, 미국은 유엔 대북제재를 완화하되,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복원하는 식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새로운 방식에 따른 비핵화 단계 진전에 따라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추진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역임한 조셉 윤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고문은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는 기나긴 협상이 될 비핵화 여정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핵 협상을 북미 간 양자방식에서 한국, 중국 등을 포함하는 다자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자협상은 운영이 까다롭지만, 당사국들의 헌신이 있다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현 정권의 한반도 정책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2021년 하반기 한반도 현안을 폭넓게 토의한 평화운동협력세션 I-1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도 관심을 모았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탑다운 방식은 북·미 정상의 즉흥적 결정에 과도하게 의존적이라는 점이 취약점이었다”며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변수에 영향받지 않으려면 중국을 포함한 다자틀이 가동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에 열린 포럼 개회식에서 이해찬 (사)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 로 칸나 미국 하원의원도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창조적·다자주의적 해법을 강조했다. 

이해찬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은 “평화프로세스의 과정에서 톱다운 방식과 버텀업 방식, 양자대화와 다자대화 모두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은 좀 더 담대한 대북 교류 협력과 긴장 완화책을 제안하고 실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국 의회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에 관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조치를 담은 ‘한반도평화법안(Peace on the Korean Peninsular Act)’ 공동발의한 로 칸나 미 하원의원은 평화협정을 체결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 칸나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최대압박’과 ‘전략적 인내’의 기존 접근법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평화 우선 접근법(peace-first approach)이 북핵 관련 교착상태를 완화하고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1일 오전 킨텍스 제1전시장 3층 그랜드볼룸에서 칸나 미국 하원의원이 '2021 DMZ' 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21일 오전 킨텍스 제1전시장 3층 그랜드볼룸에서 칸나 미국 하원의원이 '2021 DMZ' 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평화 지향 안보' '여성중심 평화운동'에 공감대 형성

둘째 날인 22일에는 전통적 안보에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새로운 평화전략으로의 전환과 여성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평화운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먼저 평화운동협력세션 Ⅲ-1 ‘분단에 갇힌 안보전략을 평화/통일 지향의 평화전략으로!’에서는 군사적 억제 중심의 안보에서 평화·통일 중심의 안보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좌장을 맡은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우리는 한반도 주변국들을 평화의 길로 유도하고, 그들과 협력하여 평화를 구현해야 한다”며 “결코 그것이 이상적이거나 명분이 옳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기 위한 절박성 때문이고 사실상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평화를 위한 안보’가 되어야지, ‘안보를 위한 평화’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북을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군사전문가인 문장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은 ‘평화안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그는 “평화안보는 국내·외 평화를 위협하는 취약성 제거를 핵심으로 한다”고 설명하며 “다자간 협력안보를 통해 범지구적 안보 위협에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별세션III ‘풀뿌리로부터 국제연대까지, 여성들의 평화를 위한 노력과 제안’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추진된 평화활동의 의의와 성과 등이 논의되어 관심을 모았다. 

크리스틴 안 사무총장은 “여성단체와 시민사회의 활동은 평화운동에 막대한 기여를 한다”며 여성단체들이 한국전쟁을 종전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을 소개했다. 위민크로스디엠지 등 초국적 여성평화운동단체들은 미국 정부와 의회의 주요인사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여왔으며, 대중 홍보활동도 활발히 펼쳐왔다.

이 특별세션에는 세계의 여성평화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제가 됐다. 조영미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바바라 리 미 하원의원, 크리스틴 안 위민크로스디엠지(Women Cross DMZ) 사무총장,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 소장, 그리고 에마 레슬리 평화와 갈등 연구소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또 이재강 평화부지사가 이들의 발표를 경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그는 “새로운 평화의 지평을 여는 데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새로운 평화의 지평을 열다’다. 

평화운동협력세션 Ⅲ-3 ‘아태지역 지방정부 평화 ODA 플랫폼 구축의 의의와 역할’에서는 아태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 ODA 전문가 등의 ODA 관련 경험과 ‘평화 ODA’ 플랫폼 구축 방안이 소개됐다. 평화 ODA는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을 개발(Develoment)을 촉진하고, 더 나아가 평화(Peace)로 연계(Nexus)하는 새로운 ODA를 의미한다.

김성규 국제개발협력학회 회장은 “평화 ODA의 내용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인도적 지원(H), 개발(D), 평화(P)가 연계되는 구체적 이행방안이 필요하다”며 “H-D-P Nexus 파일럿 사업을 발굴하고 실제 사업 운영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평화운동협력세션 Ⅲ-4 ‘DMZ 평화지대화에 있어 경기도의 역할과 비전 : 국제지뢰행동표준의 적용을 중심으로’에서는 DMZ 내 지뢰·불발탄 제거에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의 적용 가능성과 경기도가 선도하는 국제협력체계 구축 방안을 토의했다. 국제지뢰행동표준은 유엔이 제정한 지뢰문제 해결과 관련한 규정으로 기술, 절차, 환경영향평가 등을 포괄한다.  

마이클 볼드 지뢰자문그룹(MAG) 기술운영국장은 “지뢰제거는 국가를 넘어 국제적 해법을 모색해야하는 문제”며 “국내·외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20년간 유지된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을 준수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MAG는 국제대인지뢰금지운동(ICBL) 발기 단체로서 1997년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하였으며, 매년 지뢰제거를 위해 수백명의 전문가를 세계 각지에 파견하고 있다. 

MAG는 이날 세션에서 지뢰 없는 한반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경기도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하는 의미로 이재강 평화부지사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 부지사는 “경기도가 DMZ 지뢰제거 국제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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