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 김종준 하나은행장

금융감독원은 김 행장에 대한 징계 내용을 조기에 공개하기로 하는 등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금융기관의 최고 경영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민간 금융사의 경영에 간섭하는 관치금융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융당국 "중징계받은 CEO 물러나야"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종준 행장이 지난 21일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금감원이 김 행장의 징계 내용을 조기 공개하기로 하면서 양측간의 긴장감이 팽팽해지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이날 김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을 금감원 홈페이지에 조기에 게재하기로 했다.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은 통상 시차를 두고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되는데, 이번에는 제재 내용을 되도록 빨리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김 행장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한 것에 대해 "어이없다"고 비난하면서 "문제가 있는 최고경영자는 은행 내부를 통제할 자격이 안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본인의 거취 문제는 알아서 해야겠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를 내린 만큼 본인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런 반응은 문책경고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 행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지난 20일 밝힌데 따른 것이다. 김 행장이 징계 내용을 부정하고 금융당국에 맞서는 행동으로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김종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해 59억5000만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지난주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사안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김승유 전 회장은 주의적 경고 상당, 하나캐피탈은 기관경고와 과태료 500만원, 하나금융지주[086790]는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제재심의에서 김종준 행장에게 경징계를 내리려다 금융위에서 재검토를 요구하자 하나캐피탈에 대한 검사를 다시 진행해 징계 수위를 높였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 "관치금융 구태" 지적

하나은행 측은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지난번 입장 발표(임기 채우겠다)에서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금감원이 민간 금융사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당장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취업'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규정이므로 당장 퇴진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고 관치금융이라는 주장이다.

금감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린 김승유 전(前) 하나금융 회장에 대한 '대리 징계' 성격으로 김종준 행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도 일부 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김 전 회장을 망신주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해도 너무한 것 같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금감원에 직격타를 날렸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나에 대한 징계는 어차피 처음부터 (금감원)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놔뒀다"면서 "그러나 행장까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동일 사안(하나캐피탈의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을 두고 반복적으로 검사한 데 이어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대놓고 퇴진을 압박하는 데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은 "금감원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인가. 지금껏 이런 예를 본 적이 없다"며 "한 사람(자신)을 상대로 이렇게 할 만큼 (금감원이) 한가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이 현재 진행중인 KT ENS 관련 검사나 외환카드 분할 및 하나SK카드와의 통합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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