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일기 ‧ 3
문 수 영
일상의 외투 벗고 초록 속으로 들어간다
기다림만 아는 나무, 최선 다해 꽃 피운다
향기가 넓게 번져 나와 미세먼지 씻어준다
오순도순 모여서 뽐내듯 만든 마을
죽림원 활엽수원 약초원 유실수원…
생각을 넓게 펼치라며 그늘을 마련한다
분수대 사이 두고 반세기가 어른거린다
손에 손 마주 잡고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
저편엔 백발노인 앉아 세월을 더듬는다
문수영 1957년생, 200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시조 등단, 시조집 '푸른 그늘' '먼지의 행로' '화음' 시선집 '눈뜨는 봄' 등이 있음,
일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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