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엠프 사용‥ 규제 대상에 포함돼
시민들 "이율배반적 내로남불 행정" 지적

구리시 안승남 시장이 자신이 설치한 덫에 자신이 걸리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안승남 구리시장이 10월20일 구리시 갈매동의 한 카페 테라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구리시는 지난 9월15일 구리시 전역에서 24시간 이동소음원을 규제하는 '구리시 고시 제 2020-117호'를 고시한 바 있다. (사진=SNS캡처)
안승남 구리시장이 10월20일 구리시 갈매동의 한 카페 테라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구리시는 지난 9월15일 구리시 전역에서 24시간 이동소음원을 규제하는 '구리시 고시 제 2020-117호'를 고시한 바 있다. (사진=SNS캡처)

시는 지난 9월15일, 소음진동관리법 제 24조 동법 시행규칙 제 23조에 의거 구리시 전역에서 24시간 이동소음원을 규제하는 ‘구리시 고시 제 2020-117호’를 고시했다.

이에 따라 구리시 어느 곳에서도 24시간 내내 △이동을 하며 영업이나 홍보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확성기 △행락객이 사용하는 음향기계 및 기구 △그 밖에 환경부장관이 고요하고 편안한 생활환경을 조성키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 고시하는 기계 및 기구를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차 계도 후 2차부터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모든 국민이 구리시에서 이러한 행위를 하면 이 고시의 적용을 받는다. 어느 누구든 예외일 순 없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10월20일 오전, 구리시 갈매동의 한 카페 테라스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안승남 시장이 자신의 상징인 노란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연주자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안 시장은 ‘우리’라는 제목의 민중가요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를 잡은 오른쪽 상의 팔 부분에 붙인 태극기의 문양이 선명하다. 이날 이 카페에서 음악동호회 모임이 있었다고 하는데 안 시장이 왜 무엇 때문에 그곳에 갔는지는 알려져 있지만, 안 시장이 시장으로서의 온당한 행동을 했는가의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우선 직업이 가수가 아니면서 업무시간에 노래를 부르는 건 적절치 않다. 그날 상황을 유추해보면 굳이 노래를 불러야 할 정도로 불가피한 상황도 아니다. 시민을 위해 일분일초가 아까운 현실과 동떨어진 행동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특히 주지할 것은 시가 공표한 이동소음 규제 대상에 ‘행락객이 사용하는 음향기계 및 기구’ 항목이다. 시장이 든 마이크와 노래를 부르는데 사용된 엠프가 바로 이 항목에 포함된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알았든 몰랐든 시장은 자기가 만든 고시를 스스로 어긴 셈이다. 

안 시장의 이런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월10일,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는 ‘코로나19 안전신고 포상금 지급에 관한 고시’를 한 바로 그날 저녁, 다른 사람과 최소 1m를 유지해야 하는 등의 생활속거리두기 지침에도 이를 어기고 한 단체 회원 15명과 집단 술판을 벌인 사실이 있다.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이 소음규제 고시가 공표되자 지나친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숙이 필요한 지역에 국한된 것도 아니고 장소와 때도 없이 전 지역을 24시간 규제한다는 것은 자칫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도 있다.

심지어 한 시민의 행동에 감정이 상한 안 시장이 이 고시를 만드는데 작용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구리시 역대 민선 시장들은 한 번도 이동소음원으로 시민의 행위를 규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미뤄 짐작하건대 ‘감정 운운’이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긴 하다. 

한 시민은 “‘게 에미가 자신은 옆으로 가면서 제 새끼에겐 똑바로 가라’는 것과 같이 시장의 엇나간 행동이 시민의 눈엔 어떻게 반영될지 아득하다”며 “코로나 19로 지친 시민의 삶을 지나친 규제가 더욱더 힘들게 한다. 실제로 시민의 정서 함양을 위한 야외 공연도 할 수 없게 만들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가”라며 완급조절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한편 구리시가 지난 5월6일, 마스크 미착용자에게 벌금 300만 원, 영업 전면금지 등이 명시돼 있는 ‘3차 예방 준수사항 행정명령’을 공고한 바 있다.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기타 연주자와 지난 7월10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단 술판을 벌인 안 시장은 방역수칙 위반과 함께 이동소음원 규제 고시도 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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