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
                                             

                                         최미란

모든 것을 내려놓은 고목은
앙상한 뼈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치켜올린 눈썹 아래 가늘게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 그
마른 가지 시름에 이슬이 맺힌다
에너지를 다 쏟아 낸 가지는
잔바람에도 가쁜 숨을 쉬었다

수동의 삶도 힘겨운 몸
잔뜩 움켜 진 손은 무엇을 놓지 못하는 걸까
모질게 살다 가신 노모의 기억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아내
아등바등 치열하게 사는 자식들
여기저기 널어놓은 털지 못한 콩과 깻단
앙상한 가지에 담고 있기엔 한없이
버거운 무게들

나른한 오후
햇살이 잔잔히 내려앉으면 잠시
눈 뜨는 아기의 미소
꼭 쥐고 있던 손이 가늘게 떨린다

                                화가 강상중 作.
                                화가 강상중 作.

 

 

 

 

 

 

 

 

 

 

 

 

 

 

 

 

 

 

 

 

최미란 69년 충북 진천 출생, ‘바람 머문 자리’ 시를 통해 문단에 나옴. ‘서정문학’ 수필 등단, 계간 수원문학, 작가들의 숨, 서정문학 회원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 '마음시선' '그땐 몰랐다' 등이 있으며, 수원문학인상을 수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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