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새
박주택
새끼 새는 먹이를 받자 삼킨다
어느 깊은 곳에서 한쪽 팔이 없는 소녀는 물을 길어 흙집으로 가고
눈에 파리가 끼는 검은 소년의 팔다리는 가느다랗게 지푸라기 속에 있다
그 집에도 노을이 오고 먼 곳으로 가는 구름에 서러움이 떠가면
그리운 엄마 얼굴에 어깨를 떤다
채널은 사라지지 않는 거실의 냉기 속에 살아 있다
한 사람은 아프리카 속에
한 사람은 용서의 갈등 속에
커튼은 기척이 없다 깎은 사과가 마르는 동안
오로지 채널은 슬픈 거울이 되어 비추고
검은 팔은 흙벽과 함께 말라간다
새끼 새의 방을 다녀온
한 사람
오도카니 눈물에 굽어 있다
박주택 1959년 충남 서산에서 출생했으며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꿈의 이동건축'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사막의 별 아래에서'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시간의 동공 ' '또 하나의 지구가 필요할 때' 등의 시집을 발표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
일간경기
ilgang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