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송내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서경희

장애인복지(handcapped welfare)의 기본이념은 인간존엄성의 실현이다. 인간존엄성은 각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태와 상관없이 인정되는 것으로, 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를 지닌다.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멸시되거나 박해되지 않고, 모든 시민과 더불어 모든 영역에 걸쳐서 가치 있는 역할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올해 2월 23일자 전보로 동두천시 송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장애인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동 업무에 있어서, 장애인 업무는 까다롭고 어렵다는 선임 분들의 조언을 새기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익히고 민원인들을 응대했다. 장애유형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15개의 유형이 있고, 각 유형별로 신청서류도 다르고, 등급에 따라 주차표지 유형도 다르고, 등급에 따라 받는 서비스도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담당자의 작은 실수 하나는 민원인들에게 행정 처리의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으며,  낮은 등급을 받은 민원인들에게는 불만의 표출대상자가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장애에 대한 편견, 부끄러움 등이 있었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자녀의 장애등급 결과에 슬퍼하거나, 분노하거나, 창피해하기 보다는 등급에 따른 서비스 내용과 내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뭐가 있는지 확인하는 부모가 많아졌으며, 행여 당사자의 생각보다 낮은 등급을 받아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경우, 공무원 직권으로 등급을 조정해달라는 막무가내식의 민원인들을 상대하다보면 필자 역시 공무원이기 이전에 감정노동자로 스트레스를 받고 지쳐가게 된다.

지난 5월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정서적, 신체적 학대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중·소도시 및 농·어촌 지역에서 10년 이상 장애인 노동력 착취 등의 사례가 발견되면서 장애인 학대 근절을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방법은 담당 공무원이 불특정 중증장애인 가구를 직접 방문해 주소지 실제거주 여부, 주거환경, 장애인복지시설 이용 여부, 공적서비스 수혜 여부, 학대 등 인권 침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가정방문을 통해 만나게 된 대상자들은 20대 초반의 지적, 자폐성 1-2급 발달장애인으로 모두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으며, 고등학교 졸업한 후 집에 있거나 부모의 사업장에서 함께 있거나, 장애인주단기센터에서 부모의 퇴근 때까지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를 보면, 지적장애인이 특수학교를 졸업한 후 나아갈 전문적인 취업교육 기관, 장애인전문 직업재활시설, 장애인채용사업장이 부족하며, 설혹 취업이 된다 하더라도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한두 달 만에 퇴사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양상들은 청년장애인에게 우울증, 폭식, 폭력 등의 문제를 만들어 내고, 유일한 방어막이던 부모가 사망하게 되면 갈 곳이 없어진 청년장애인들은 노동력을 상실한 생산성 없는 사람으로 가족, 이웃 등의 기피, 학대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난 9월 정부는 발달장애인에게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하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추진하다고 발표하였다. 대책 시행을 위해 정부는 관련 예산을 3배 이상 확대 편성해 영·유아기부터 청장년, 노년기까지 지원을 2022년까지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내년에는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대상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중·노년기 장애인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커뮤니티 케어, 재가 서비스 등이 구축된다. 국가차원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러운 반면, 전체 발달장애인이 22만6000명이고, 우리 시는 중소도시임을 감안할 때 실효성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발달장애인의 복지는 부모, 사회복지전문가, 공무원, 국가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가야 하며,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부족하지만 당사자가 참여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전문 직업학교, 직업재활시설, 전문사업장등을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청년 발달장애인은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고 경험하면서 사회에서 적응하고 자립하여야 하며, 이를 바라보는 가족, 이웃, 사회는 청년 발달장애인들을 무능력한 평생 돌봄 대상자가 아닌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립·자활이 가능한 사회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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