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파리 마을 전경.
▲ 명파리 마을 전경.

파주 고양 김포 연천 등에 '묻지마 투자' 조짐
문산 일대 '통일 투자' 현수막 걸고 거래 알선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교류 및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북한과의 접경지 부동산 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넓게는 경기도 파주·고양·김포시와 연천군, 강원도 철원·고성군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묻지마 투자’ 양상도 보인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호재가 기대되는 곳은 파주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지정학적 위치가 부각될 수 있는 파주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지난해에 이미 땅값이 전년보다 2.81% 올랐다. 이는 2007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나아가 올해 남북관계가 빠르게 호전되며 지난 3월 파주시 토지거래는 4628필지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파주시 군내면의 경우 올해 4월 토지거래량이 71건으로 전월(16건)보다 4배 이상 늘었고, 진동면은 42건으로 전월(19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경의선 종점인 문산읍의 경우 공인중개 업소마다 ‘통일투자’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거래 알선에

 바쁘다. 기대감 때문에 땅 주인들이 급매물까지 거둬들이며 전답이 3.3㎡당 15만원선에서 30만~35만원으로 올랐고, 임진강변 등 경치가 좋은 곳은 40만~100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땅 주인들이 계약 직전에 땅값을 크게 올리는 등 부르는 게 값”이라며 “투자자들이 땅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보내겠다고 하지만 매물이 없어 못 판다”고 말했다.

경원선이 복구될 경우 주요 길목의 하나가 될 연천군도 토지 거래가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천군에 따르면 2016년에는 토지거래 건수가 2143건이었으나 지난해 2384건으로 10% 이상 늘었다.

이 지역은 경매 낙찰가도 고공비행 중이다.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5월 초 입찰한 연천군의 한 임야는 단 한 번의 유찰도 없이 감정가(7868만5천원)의 124%인 9770만원에 낙찰됐다.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선) 내 임야로 분묘까지 들어 있어 평소 같으면 수차례 유찰됐을 법한 토지다.

또 다른 연천군의 토지도 2012년부터 유찰을 거듭하다가 최근 최저입찰가(6760만원)보다 높은 7111만원에 낙찰됐다. 네모반듯한 땅이 아니라 이용이 어렵고, 보전관리구역 등의 제한에 묶여 있지만 최근 관심이 뜨거워진 덕분이다.

강원도 철원군은 파주에 비해 덜 주목받는 접경지였지만 평창동계올림픽 때 확충된 도로망에 힘입어 최근 땅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5.88% 올랐다. 이는 강원도 평균(7.68%)보다 낮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속초시(10.56%)와 강릉시(9.88%)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점을 감안하면 높다고 할 수 있다.

또 고성군도 올해 3월 토지거래 건수가 625건에 달해 남북관계 악화 전인 2014년 2월(977건) 이후 4년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이들 접경지 부동산 시장이 남북관계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2004년에는 남북화해의 기운이 짙어지며 파주 땅값이 10% 이상 올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관계가 악화되며 2008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에 앞서 1989년 금강산 관광사업이 추진될 때도 땅값이 급등했지만 그 후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 조약에서 탈퇴한 후에는 하락했다.

이번에도 6월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이 오락가락하는 등 부침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재개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종전 선언까지 도출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전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가 여전히 많다. 다만 이들조차도 최근 접경지 투자의 이상과열 현상을 우려한다.

남북관계 등이 호전돼도 규제에 묶인 땅이 많아 개발이 쉽지 않은 탓이다. 또 토지는 아파트 등과 달라 정확한 가치평가가 어려운 데다, 오랫동안 발길이 끊긴 접경지의 경우는 등기부등본과 형상이 달라져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장밋빛 환상에 빠져 무조건 뛰어들지 말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접경지는 군사시설이나 개발제한 구역이 많아 대규모 개발이 쉽지 않다”며 “평화공원 조성 같은 호재가 생기더라도 인근에 상가나 아파트 등이 들어와 땅값이 꾸준히 오를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일부 접경지는 보존구역으로 묶일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현장을 답사해 도로 접근성, 아파트나 상업시설의 개발 가능성 등을 확인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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