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순(시인·오산시문학회 사무국장)

11월 11일 오전 11시, 세계인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오늘 21개국 사람들이 왜 한국을 향해 1분간 묵념을 올릴까. 흔히들 11월 11일 하면 ‘빼빼로데이’란 이름도 생소한 날을 만들어 놓고 청소년들에게 빼빼로나 팔아먹는 상술이 판을 치니 덩달아 따라가는 어른들도 있다.

대한민국이 탄생하여 지금까지 세계 각국과 어깨가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의 순국선열들과 위대한 대한민국 건설의 산업전선에서 사고로 숨진 일꾼들이 있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프랑스, 태국, 필리핀, 에티오피아 등 21개국 젊은이들이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남침, 한국전쟁에 지원군으로 달려와 무려 3만5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만 명 넘게 부상했다. 거기에다 무수한 우리 국군 용사의 희생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외국 병사들은 부산시 남구 ‘UN 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다. 처음에는 1만여 위(位)였으나 차츰 본국으로 이장해 가 지금은 2300여 위가 남았다. 세계 유일의 UN군 묘지이자, UN에서 지정한 유일의 성지(聖地)이다.

6.25에 참전해서 밀려 내려오는 중공군을 막아낸 경기도 ‘가평전투’에 참전했다가 살아남은 캐나다의 빈센트 커트니(88세) 씨는 2007년, 매년 11월 11일을 기해 전 세계의 6·25 참전군인과 유족들에게 ‘부산을 향하여 1분간 묵념하자’라고 제안했다. 그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꽃다운 청춘,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의 아들을 한국전쟁에 바치고 유골마저 찾아가지 못한 UN군 병사의 부모님은 평생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까.

내 부모 없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듯이 내 조국 없이 내가 어떻게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부모 없는 설움, 내 나라 없는 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고 했다.

몸을 던져 내 나라를 지켜준 그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먹거리와 문화생활의 풍요에다 행복까지 더해 준 6.25 참전 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내 나라가 있으므로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