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가 신장 손상 등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세를 보여, 이 병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 어린이의 부모는 맥도날드 햄버거의 고기패티가 덜 익은 상태였다면서 회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맥도날드 측은 해당 매장의 식품안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인터넷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햄버거를 먹어도 되느냐고 걱정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그 여파로 지난 주말 맥도날드 매장에는 손님이 뚝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패티 제조방식이 다른 여타 패스트푸드 업체와 수제 햄버거 업소 등에도 불똥이 튀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HUS는 국내 발병 예가 많지 않아 일반인에게 아주 생소하다. 게다가 어린이부터 성인들까지 햄버거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이 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 같다. 의료 전문가들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가운데 가장 심한 증세로 HUS를 꼽는다. 미국에서 처음 HUS가 집단 발병했을 때 햄버거가 원인이 돼 '햄버거병'으로 불렸지만 감염 경로는 다양하다고 한다. 햄버거 패티 등 육류를 잘 익히지 않은 채 먹는 경우 외에 살균되지 않은 우유나 오염된 채소·주스·소시지 등을 섭취해도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 측은 피해 어린이가 방문한 날 해당 매장의 식품안전 체크리스트가 '정상'으로 기록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놓고 있다. 그런데 체크리스트의 조리 상태 항목이 '정상'이더라도 일부 패티는 덜 익을 수 있다는 증언이 맥도날드 근무 경험자한테서 나왔다. 당장 어떤 얘기가 맞는지 가릴 수 없으니 소비자들의 공포심은 커질 수 있다. 그 와중에 질병관리본부의 애매한 설명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2일 피해 어린이를 처음 진료할 때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검사를 했는데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본부는 그러나 피해 어린이의 HUS가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균이나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국가 질병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이 듣고 나면 더 헷갈리는 이런 발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검찰은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사건이 배당됐다. 결국 맥도날드 햄버거에 문제가 있었는지도 검찰 수사가 끝나야 밝혀질 듯하다. 사실 이런 일까지 검찰 수사에 의존하는 현실은 부끄럽다. 정작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질병관리본부는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식품 안전과 질병 위험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된다. 이런 일이 터졌을 때 관계 당국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이 불필요한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다. 이름도 자극적인 '햄버거병' 환자가 나와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주의 공문'이나 보내고,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예방수칙이나 홍보하는 것은 너무 느긋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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