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성 유지해 국제사회 압박…11월 중간선거 오바마 행정부 '겨냥'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시간을 갖고 장기적인 대외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단 그동안 우려했던 북한의 '4월 중 핵실험'은 실제 이뤄지지 않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4월30일 이전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등의 언급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실시 배경으로 지적했던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과 인민군 창건일(4월25일) 등 북한의 정치적 기념일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4월25∼26일)이 지나갔다는 사실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외무성은 29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핵전쟁의 구름을 우리에게 몰아오고 있는 이상 우리는 핵 억제력 강화의 길로 거침없이 나아갈 것"이라며 "지난 3월 30일 성명에서 천명한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도 배제되지 않는다는 우리의 선언에는 시효가 없다"고 밝혔다.

핵실험에 시효가 없다는 언급은 지금 당장 핵실험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신 앞으로 핵실험 실행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국제사회를 계속 압박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핵실험에 민감한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장성택 처형 이후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 등에게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 대북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풍계리에서 뭔가 움직임을 보이면 주변 국가들은 긴장하고 볼 수밖에 없다"며 "북한은 이러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과시하면서 국제사회에 경고신호를 보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실험 국면) 장기화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그것이 기만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능성을 더욱 암담하게 만들었다"며 "올해 11월에 진행되는 국회 중간선거에서도 오바마는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주목된다.

이미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통해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패배라는 상처를 안기고 대북정책의 전환을 끌어낸 적이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당시 미국 정치권에는 강경 일변도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그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섰고 2007년 2·13합의와 10·3합의를 거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번에도 중간선거가 즈음한 시기에 핵실험을 실시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혀 정책전환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가뜩이나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통해 진일보된 기술과 능력을 보여준다면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는 8월 실시될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는 북한이 이 시기에 맞춰 군사적 시위 차원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유엔에서 대응조치가 나오면 10월께 핵실험을 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작 실험을 하고 나면 카드로서 의미가 상실되는 만큼 북한은 핵실험 실행 여부를 모호하게 해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며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언급한 것으로 미뤄 핵실험 카드를 장기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