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시문학회 사무국장 박민순

봄기운이 완연한 3월, 모처럼 햇살까지 포근하다.

지난겨울에는 휴일이면 게으름을 피웠다. TV, 신문을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거실의 화초를 돌보는 게 고작이었다. 오늘처럼 화사한 봄날, 집에만 있기에는 왠지 손해를 보는 것만 같아 집을 나섰다.

내삼미동 도원공원에서 유모차를 밀며 산책을 즐기는 젊은 주부들, 오산천생태공원 길을 라이딩하는 자전거 동호인들, 지곶동 독산성 세마대지(사적 제140호) 성곽을 한 바퀴 돌며 서쪽으로 장엄하게 넘어가는 저녁 해를 바라보는 가족과 연인들, 모두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민초(民草)들이다.

엊그제, 한 여인이 박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는 청와대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국정을 농단했던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졌다. 그 결과가 인용과 기각으로 패가 갈려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결과는 인용, 전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가 현실이 되었다.

90여 일간, 마치 촛불과 태극기는 진보와 보수처럼 보였다. 분명한 것은 찬성과 반대일 뿐이지 흑과 백은 진정 아니었다. 두 편으로 갈라서서 싸우는 동안에 보이지 않게 피해를 보는 더 많은 국민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마치 물을 만난 고기들처럼 정치인들은 주제와는 별 상관도 없는 것으로 천방지축 날뛰는 모습도 보여줬다.

마치 조선 시대에 편을 갈라 싸우던 사색당파를 보는 듯했다. 우리의 역사에서 당파싸움은 교과서를 통해서 배웠다. 또한, 학연 · 지연 · 혈연을 끊지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에 우리가 겪었던 현실에서도 여실히 증명되고도 남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 8인이 만장일치로 준엄하게 탄핵인용으로 선고했다. 이제 우리는 화합과 소통, 상생이라는 화두를 가슴에 깊이 새기며, 대한민국호라는 큰 배를 이끌어 갈 새 선장(새로운 대통령)을 60일 이내에 선출하게 됐다. 그러함에도 촛불과 태극기를 내세운 집회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수청동 필봉산 입구의 약수터에서 들었던 말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정치만 잘되면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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