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경찰서 보안계장 한오경

연말연시의 분주했던 분위기가 설 연휴를 지나며 차츰 차분해 지는듯한 분위기이다. 이제야 정말 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다. 연초 정기인사 발령을 받아 경찰서 보안계장 업무를 시작하면서 북한이탈주민 및 다문화 가정 구성원의 보호, 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설 연휴 전후를 기해 북한이탈주민 및 다문화 가정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경찰 업무를 경험해 봤지만 북한이탈주민이나 다문화 가정 구성원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했다. 

사실 기대감 보다는 긴장감, 아니 솔직하게 불안감이 더 컸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탈주민, 다문화 가정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들은 ‘빈곤’과 ‘열악함’, ‘피해의식’, ‘부적응·부조화’ 등 부정적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생활은 우리와는 무언가 크게 다를 것이고, 말도 잘 안 통할 것이고, 따라서 우리에게 배타적일 것이라는 생각에 방문을 가는 내내 조마조마하며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안감은 현관문 너머 그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 차츰 사라지더니 이내 내 고정관념이 틀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들과 함께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그들과 함께 각국의 명절 문화나 한국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그들은 우리의 이웃사촌이 되어 있었다. 단지 태어난 곳이 서로 다를 뿐, 그들과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경험을 나누는 옆집의 아주머니, 아저씨,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번 만남을 통해 느낀 사실은 단 한가지이다. 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이 사람간의 온정을 그리워하는 따듯한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는 사실 말이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 매서운 한파가 찾아오고 있다. 그러나 결국 겨울은 봄의 따스함에게 밀려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될 것이다.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듯 우리의 얼음장 같은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려, 북한이탈주민과 다문화 가정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우리의 ‘마음 속 봄’도 함께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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