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시대 초인을 기다리며

▲ 디자인대진 도서출판 수목원 가는길 대표 권오윤

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丙申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최순실 사태'로 인해 아노미(anomie) 상태에 빠졌다.

여느 해와 다르게 세밑 풍경이 생경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열린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으며,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사태는 장기적 경제불황과 맞물려, 온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연인원 1000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해 초 40%를 기록하다 12월 현재 4%로 급전직하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러려고 대통령을 뽑았나' 하는 자괴감에 빠져 있고,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로 계층이 갈리는가 하면 '헬조선'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는 패닉(panic)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온갖 '설(說)'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면서 혼돈스럽기만 하다.
 
문득  이육사의  시 '광야'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짐짓 지금 같은 난세(亂世)에  암울한 이 시기에  우리의 마음과 상처를 희망을 줄 초인은 없는 걸까.

필자에게도 올 한해는 여느 해 보다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많은 고초를 겪으며 무의식중에 초인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샤머니즘 통치'가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전제로 필자가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유난히 뜨거웠던 2016년 여름 어느 날,  그분은 아내가 작년부터 명리학 공부를
하는 곳에 우연히 들렀던 분이시다. 반바지를 입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평범한 40대 중반의 남자와 조우했다. '천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첫 만남에서 "두 분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로 필자 부부를 당혹케 했다.
   그 시기에 우리 부부의 건강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아내는 유방암과 투병 중이면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필자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사업 부진으로 일에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내 그는 "원래는 명(命)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당신이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사주학적으로 얘기해 주는거다"라면서 "당신부부 두 분의 명이 다해간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러면서 잠시 생각하더니 "명 연장과 함께 건강,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기운을 선물한다" 는 말을  꺼냈다.
 마치 우리 부부의 속내를 간파하기라도 한 듯 황당한 상황을 수습했다. 
 
그런 만남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울 정도로 내 몸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평소 눈 밑에 자리했던 다크서클이 희미해지더니 얼굴색부터 환하게 변했다. 신체리듬도 활력을 되찾아 일하는 중간 중간 피곤함에 졸던 모습을 어느새 잊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아내의 건강상태이다. 암 수술한 이후 하루 몇 시간 밖에 활동을 못해 
저녁에 집에 와보면 자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몰라볼 정도로 체력을 찾아 지금은 아침에 공부하러 나가서 한밤중에 들어와도 늘 생기발랄하다.  살도 빠지면서 우리부부사이가 무척 돈독해졌다. 뭐라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기분 좋고 참 신기할 따름이다.

그 만남 뒤 5개월이 흐른 지금, 필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주변인들도 긍정적 효과( )를 봤다며 놀라워했다.
 
어찌됐든,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위약효과)이거나 긍정의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중병을 앓고 있었을 때도 결코 병적이지 않았다." 지독한 병마와 고뇌를 극복하고 수많은 역작을 잉태해 낸 니체는 자신의 작품들을 '위대한 건강'의 표현물이라고 말한다. 중병을 앓는 혼돈의 시대다.

연말연시 이제 병적이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내년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이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과 함께 보다 건강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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