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이 22일 밝혔다. 

변사체 발견 40일 만이다. 경찰은 변사체의 DNA가 그동안 수사활동으로 확보한 유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고 변사자의 오른쪽 집게손가락의 지문 1점을 채취해 검색한 결과 유씨의 지문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즉 DNA와 지문으로 유씨의 시신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시신 발견 장소도 도주 중인 유씨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경찰 발표대로 유씨가 숨진 것이 맞다면 그에 대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는 계속되겠지만 그 정점에 있는 유씨 관련 비리 의혹 수사는 그의 사망과 함께 밝히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허탈함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그가 숨진 것도 모른 채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펴며 정보·수사력 부재를 드러낸 검·경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변사체가 유씨로 확인됐다고 하지만 과연 유씨가 맞는지를 놓고 제기되는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사망 시점이 언제이고 사인이 무엇인지부터 물음표다. 

발견 당시 시신은 겨울 점퍼에 벙거지를 쓴 채로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있었고 심하게 부패해 반백골화가 80%가량 진행된 상태였다고 한다. 

유씨가 맞다면 시신이 그렇게까지 부패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제기된다. 

검경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던 유씨가 마지막으로 흔적을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은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을 검경이 덮친 5월 25일이다. 

변사체가 발견된 6월 12일은 이보다 18일이 지난 시점인데 그가 별장에서 도주 직후 바로 숨졌다 해도 시신의 상태가 지문채취도 힘들 정도로 훼손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5월말부터 더웠다고는 하지만 시신의 부패 정도가 비정상적으로 심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발견 당시 주변에 소주와 막걸리가 있었다는 점도 의문이다. 

구원파 신도들은 유씨가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유씨의 시신 발견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볼 정도다. 

또 도주 당시 조력자들과 같이 다니던 유씨가 혼자 노숙자처럼 변사체로 발견된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은 부분이다. 

주변에 있던 소주와 막걸리만 해도 얼굴이 알려진 유씨 대신 누군가 갖고 오거나 사왔을 가능성을 크게 하는 정황이다.

이런 의문들이 커지면서 온라인 등에서는 유씨 사망을 놓고 믿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나올 정도가 됐다. 

시신 확인 결과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변사체 발견 이후 신원 확인까지 40일이 걸리도록 시간을 보낸 수사당국의 책임도 크다. 

시신의 심한 부패로 지문 채취도 열 가열법을 동원해 3차례 걸쳐 하고 DNA 확인에도 시간이 걸린 점을 감안해도 변사체 발견 초기에 유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속하게 대응했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급 해외 명품인 점퍼 등 변사체의 유류품과 발견 장소만으로도 유씨 가능성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결국 변사체 상태로 미뤄 노숙자로 보고 안이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씨 사망을 놓고 이렇게 의심이 커지는 이상 신원 확인 작업을 100% 일치되도록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계속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경찰은 유씨 시신을 재부검중이라고 한다. 사망 시점과 사인 등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경이 수사과정에서 유씨의 것이라고 채취한 시료가 정확하게 유씨 것인지도 의심해보고 다시 검증해볼 필요도 있다. 

유씨 사망이 찜찜한 구석을 남기지 않게 검경은 투명하고 명쾌한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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