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족구·농구장 계획"…광명 주민들 "녹지 조성해야"

▲ 안양과 광명 시계 지역에 들어설 안양새물공원. 하나의 공원이지만 광명쪽은 근린공원, 안양쪽은 체육시설 성격으로 지어지며, 사후 관리는 두 개 시가 나눠 맡기로 했다. 파란 점선이 시계이다. (연합뉴스 제공)

KTX광명역과 서해안고속도로 사이에 있는 안양·광명시 경계에 안양시가 체육시설을 지으려 하자 광명역세권 아파트 주민들이 녹지공원을 지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안양시는 당초 이곳의 박달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녹지공간과 체육시설이 어우러진 공원을 지으려 했으나 광명시가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결국 광명시 구역에는 '새빛공원'이라는 이름의근린공원이, 안양시 구역에는 족구장(2면)과 농구장(1면), 풋살장(2면), 테니스장(8면) 등의 체육시설이 들어서게 됐다.

그러자 이곳 공원부지 전체가 녹지공원으로 조성될 것으로 알고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한 아파트 주민들이 안양 관할 구역에 체육시설을 짓는 것은 자신들의 편의를 무시한 처사라며 공원을 만들어 줄 것을 안양시와 광명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올 7월 입주한 파크자이 1차 아파트 주민 A 씨는 23일 "당초 이곳에 들어올 때는 드넓은 녹지공간을 바라고 들어왔다"며 "족구장 등 체육시설은 외지인 동호회원들이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아파트 주민들의 여가 및 편의와는 사실상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4년 10월 분양 당시 안내문에는 안양권 지역에도 녹지공간이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었고, 평균 33대 1로 청약 1순위 마감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A 씨는 "자치단체들 사이의 관할권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떤 시설을 지으려면 인근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파크자이 1차 주민들 외에도, 지난해 말 분양받아 내년 입주할 예정인 파크자이 2차, 대우 푸르지오, 태영 데시앙 등 인근 지역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광명역세권 입주예정자연합회'를 꾸린 뒤 두 시와 상급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회 소속 주민 약 50명은 지난주 안양시청과 광명시청 앞에서 각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 관계자는 "당초 이곳에 안양새물공원을 짓기로 했고, 설계 당시에는 광명시 관할 지역에 축구장과 농구장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이후 광명시가 자체 관할지에 대해서는 따로 근린공원을 조성키로 하면서 체육시설이 안양 관할 구역으로 넘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또 "휴식형 공간을 원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체육시설을 원하는 시민들도 있다"며 "안양시는 시 전체의 공원과 체육시설 및 시민들의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을 추진하고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양시가 이곳에 체육시설을 지으려는 것은 안양시 입장에서 광명 시민들을 위한 시설을 짓기 위해 예산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양시 의회 관계자는 "안양시민들이 새물공원에 가려면 안양천과 서해안고속도로를 빙 돌아가야 한다"면서 "안양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예산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녹지공원을 지을 이유가 없고, 광명 역세권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그곳에 녹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 예산은 광명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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