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무원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지구대실습을 시작한 첫 날,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야간 근무에 임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주취자를 대면하게 되었고 20대 초반의 앳된 여성에게 뺨을 얻어맞으며 내가 가고자 마음먹은 이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첫 주취자를 시작으로 약 3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주취자를 만나게 되었다. 실제로 112신고의 절반 이상은 술에 취한 사람과 관련 되어 있다. 정부에서 4대악으로 정한 범죄 중 가정폭력의 가해자들 또한 그러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정폭력은 가정사이므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 왔지만, 그 피해의 정도가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최근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반드시 그 집안까지 들어가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이야기를 듣는다.

“친정 부모님마저도 나보고 참고 살라고 한다.” 라며 서럽게 울던 여인의 남편은 술에 취해 있었다. 남편이 술에 취한 채 집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것을 말리다 맞았다는 여성의 입은 부어 있었고, 그녀의 곁에서 다섯 살 난 딸아이가 울먹이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억울하다며 결코 때린 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녀는 이미 수차례 비슷한 경우를 당했고 112신고도 처음이 아니었다. 경찰관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이혼이라도 할 것처럼 부인에게 막말을 하던 그는 술에서 깨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잘못을 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술에 취한 사람에게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법 안에 까지 스며들어 있으며, 술 문화라는 명목 하에 대부분의 가정폭력과 술에 취한 채 벌이는 범죄의 원인을 술에게 돌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은 관심과 소통의 부재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의 경우도 피해자의 부모님도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였다면 자식에게 그저 참고 살라고 말할 수 는 없었을 것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가족 구성원,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소통과 관심 부족으로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여만 가다가 결국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올해 1월 31일자로 개정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피해자의 보호가 더욱 수월해 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가정폭력 발생의 예방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의 업무의 대부분을 경찰에서만 담당할 것이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빠르게 변화된 사회에 발맞추어 가족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 이다. 

 

중앙경찰학교 280기 실습생 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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