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다" 경찰에 진술

▲ 안양시 유흥가의 한 상가 건물에서 만취 상태로 흉기를 휘둘러 70대 여성 청소근로자 2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이모씨가 31일 오전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기억이 안난다"

안양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는 '기억이 안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30대 피의자가 만취 상태로 흉기를 휘둘러 70대 여성 청소근로자 2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사건 현장 검증이 31일 경기 안양의 상가 건물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안양시 동안구 사건 현장 상가 건물에 피의자 이모(33)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씨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하늘색 마스크를 써 얼굴을 완전히 가렸고, 회색 긴소매 티셔츠에 검은색 트레이닝복 바지, 파란색 운동화를 착용한 상태였다.

범행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씨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범행현장으로 향했다.

현장 검증은 이씨가 범행 직전 상가 건물 1층 식당에서 흉기 2개를 가지고 나와 2층 주점으로 이동, 청소 중이던 근로자 A(75·여)씨와 B(75·여)씨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을 재연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씨는 "(1층 식당에서)흉기를 들고 나와 어디로 갔느냐", "주점으로 간 이유는 무엇인가", "안에서는 무슨 일을 했느냐" 등을 묻는 경찰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주민은 "피의자의 범행에 분노가 치솟는다"며 "왜 얼굴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10분 가량 진행된 현장 검증에서 이씨는 별다른 동요 없이 범행 과정을 재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현장검증 내내 감정 기복 없이 차분히 범행과정을 재연했다"며 "피의자는 그간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범행한 사실이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달 25일 오전 8시께 안양시 동안구 한 상가 건물 2층 주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청소 중이던 근로자 A씨를 숨지게 하고, B씨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범행 당일 오전 2시께 사건 현장 주변인 안양시 동안구의 유흥가에서 지인인 여성 2명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오전 7시께 헤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과거 함께 주점에서 일했던 동료들의 뒷모습을 우연히 보고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화가 난 상태에서 이들을 찾아다니다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수년 전 이 동료들과 일할 때 인근 주점 직원에게 폭행당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 동료들을 만나면 과거 자신을 폭행한 직원의 연락처를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동료들을 찾아다녔다고 이씨는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씨는 동료들을 찾겠다며 유흥가 곳곳을 돌아다니다 한 시간 뒤인 오전 8시께 해당 상가 건물 1층 식당에 침입, 흉기 2개를 가지고 나와 범행을 저질렀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병원으로 옮겨진 이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19%로 만취 상태였으며,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전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한 이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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