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전문가 불러 여성 숙소·탈의실·화장실·사우나 시설 샅샅이 점검

'몰래카메라 설치 조사 관련 일시적 출입을 통제합니다'

30일 이른 아침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 선수촌 여자화장실, 탈의실, 숙소 등 시설 곳곳에는 출입 제한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표지판 앞에서 보안전문업체 직원 2명은 주파수 감지 방식 탐지기와 렌즈 탐지기를 조작하며 '몰카' 수색 작업을 준비했다.

최근 불거진 수영 국가대표 몰카 파문과 관련, 대한체육회가 이날 대대적으로 벌인 선수촌 몰래카메라 탐색에는 1대당 1천만원을 호가하는 고성능 주파수 탐지기까지 동원됐다.

이 장비는 작동 중인 몰래카메라가 발산하는 주파수를 탐지한다.

이날 진천선수촌은 올림픽이 끝난 탓에 한산했다. 선수촌에 남은 선수와 코치진은 양궁 10명, 장대높이뛰기 7명, 수구 14명, 싱크로나이즈 4명, 수영 6명 등 줄잡아 40여명뿐이었다.

이날 오전 8시 시작된 점검에서 보안업체 직원은 2인 1조로 탐색팀을 꾸리고 빈 탈의실 옷장, 환풍구, 화재경보장치, 천장 등 선수촌 시설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수색했다.

레이저를 쏴 렌즈에 닿으면 붉은색 반점이 반짝이며 몰카를 탐지해 내는 레이저 렌즈 탐지기도 탈의실 곳곳을 훑었다. 전원이 꺼져있거나 작동하지 않는 몰래카메라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샤워실에 놓인 빨래 바구니와 샴푸 등 목욕용품도 예외는 아니다.

보안업체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몰래카메라는 렌즈가 3㎜ 미만의 초소형 렌즈를 장착하고 담뱃갑 등 일상용품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아 면밀히 수색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5㎡ 남짓 여자화장실 1곳을 탐색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5분. 이날 오후 1시까지 선수촌에서 몰래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선수촌 건물 총 12개 동의 여성 숙소·탈의실·샤워장·사우나 151실을 점검할 계획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진천선수촌 전체를 수색하려면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선수들의 불안감을 최대한 빨리 해소하기 위해 오늘 점검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영 국가대표 탈의실 몰래카메라' 사건과 관련, 대한체육회는 내·외부 전문가 7명이 참여하는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벌이고 있다.

체육회는 이날 점검을 마친 후 여자 선수와 코치진이 사용하는 시설 입구 출입증 카드 리더기를 설치하는 등 보안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013년 6월께 진천선수촌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전 수영 국가대표 A(2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그가 고교생 시절인 2009년 경기지역의 한 체육고교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했다는 첩보를 추가로 입수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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