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WHO 정의 따른 것…역학조사관 수시로 교육"

기록적인 폭염 속에 집단 식중독 의심 학생수가 전국적으로 1천명을 넘어섰지만, 정부의 의심환자 판정 기준이 모호해 교육현장에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시·도에 시달한 '2016 수인성 및 식품매개감염병 관리 지침'에서 식중독 등 식품매개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설사, 복통, 구토 등을 꼽았다.

특히 대표적인 질환인 설사에 대해서는 '1일 3회 이상 또는 평소에 비해 더 많이 수양성 변이나 무른 변을 보는 경우'로 구체적인 환례를 정의했다.

이에 대해 일선 보건 관계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한 보건담당자는 "평소보다 많이 설사하는 경우는 당연히 식중독이 의심되지만 하루에 3회 이상 설사를 한 경우로 한정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식중독 사고에서 의심환자를 분류할 때 '1일 3회 이상 설사' 기준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자체의 한 역학조사관은 "하루에 2회만 설사를 해도 복통과 구토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한 경우 식중독 의심환자로 분류한다"면서 "의심환자 중 허수를 최대한 걸러내기 위해 구체적인 설사 횟수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 건강을 책임지는 학교들은 이런 기준에 불만을 나타냈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의 보건교사가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인 학생들을 자체 조사해 처음 보건소에 신고한 숫자와 실제 의심환자로 공식 집계된 숫자에 큰 차이가 난다"면서 "자녀가 실제로 의심 증세를 보이는데 꾀병으로 분류된 학부모들이 모호한 판정 기준을 따져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발표하는 '수인성 및 식품매개감염병 관리 지침'에 지난해까지는 설사 횟수가 포함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관리 지침상의 질환 정의는 세계보건기구(WHO) 정의를 따른 것이며 지난해까지 간략하게 적었다가 올해 더 구체적으로 적은 것"이라며 "관리 지침을 내려보내는 것 이외에도 일선 역학조사관들을 수시로 교육하기 때문에 식중독 의심환자 집계에서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혼선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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