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인물 중 구전설화가 가장 많은 인물이 바로 박문수다. 

야사에 의하면, 길을 가다가 우연히 어느 영험한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불에 타도 죽지 않으며 그 법력으로 사람들의 병을 고쳐준다고. 하지만 박문수는 뭔가 석연찮은 느낌이 들어 그 스님이 불 속에서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로 가서 관중들 틈에 끼어 지켜보기로 하는데 그 날은 법력이 모자랐는지 결국 극락세계로 가게 되었다. 그러자 박문수가 "이 스님은 사기꾼입니다"라고 폭로하고 왜 멀쩡했는지 밝혀냈다.

그 수법인즉슨 장작더미 밑에 암자 뒤로 통하는 굴을 파 놓고 장작더미에 불이 붙으면 그 굴로 들어가는 거였는데 누군가 입구를 막았기 때문에 실패한 것. 지금으로 치면 마술사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걸 갖고 병을 고치네 마네 하며 약장수 비슷한 짓을 하니까 이 쉬발럼이 어디서 약을 팔어 사기지... 그리고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밝혀냈지만 관속들 몰래 함께 빠져나가고 왜 살해했는지 물어봤더니 그 범인도 사실 사기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다. 참고로 맹꽁이 서당에선 이 사기꾼 스님이 '승천 법사'라고 불렸다. 스님의 법명 자체가 사망 플래그였다.

무주 구천동 에서 밤중에 덕유산을 헤매다가 어느 마을에 당도하였는데 다들 불을 끄고 잠이 든 가운데 유독 어느 한 집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괴이하게 여긴 박문수가 몰래 들어가서 문틈으로 엿보았더니 젊은이가 아버지로 보이는 늙은이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고 그 늙은이가 칼로 젊은이를 살해하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급히 말리고는 사연을 들어 보았는데, 마을에 사는 어느 힘 깨나 쓰는 포악한 천씨 부자가 느닷없이 달려와 누명을 씌우고는 그 아내와 며느리를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자신들에게 강제로 네토라레를 시키려고 했다는 것. 그래서 그 치욕을 이기지 못하고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것이다.

박문수는 두 부자를 안심시키고 바로 무주 고을로 가서 광대들을 소집하고는 그 중 힘 좋고 재주 잘 넘는 광대들을 골라 뽑아 오방색 깃발과 장군복을 준비해서 같이 그 장소로 다시 갔더니 마침 날이 밝아서 과연 그 천씨 부자가 결혼식장을 차려놓고 네토리를 시전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어느새 구경꾼들이 운집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구경꾼들이 두 무리로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박문수가 황색 깃발을 든 황룡 신장(神將)으로 코스프레를 하면서 다가왔다.

그리고 차려져 있던 혼례상을 벼락같이 쾅 치고는 큰 소리로 4명의 사신 신장을 차례로 부르니 사방에서 신장 코스프레를 한 광대 4명이 1명씩 벼락같이 날아와 황청백주현(황룡청룡백호주작현무) 오방신장이 한 자리에 십자 모양으로 선 형상이 되었다.

그러자 다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들어 이 자리에 왔노라. 어느날 어느시에 무주 구천동에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른 사악한 신랑 두 놈을 잡아오라 하셨으니, 사방 신장은 협력하여 즉시 사모관대한 두 놈을 끌고 가도록 하라." 이 말에 광대들이 2인 1조로 천씨 부자를 끌고 나갔고, 구천동 밖 삼십리쯤에 있는 어느 산골에 다다랐을 때 박문수는 그간 천씨 부자가 저지른 죄들을 낱낱이 논한 후 광대들을 시켜 천씨 부자를 그 자리에서 처형하고 그 시체를 묻고 광대들에게 사례한 후 구천동을 떠났다.

10년 후 다시 구천동에 갔더니 생전 처음 보는 큰 기왓집이 있었다. 10년 전 그 부자의 집이었다. 박문수가 그간의 일을 물어보니 그 일이 있은 뒤로 하늘이 그 덕을 아는 집이라 하여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가세가 번창하게 되었다 한다. 이에 박문수는 그저 웃으며 모두 하늘의 덕이라고 말하고 다시 구천동을 떠났다고 한다.

한번은 친척집에 잔치가 있어 밤을 새었다가 다음날 일어나서 세수를 하는데, 바로 앞서 세수를 하던 친척이 베로 된 수건 하나를 저 혼자 쓸 것 처럼 마구 쓰는 것을 보고 뒷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여겼다.수건에 코라도 풀어놓은 모양 이 친척이 나중에 평양감사로 임명받았다고 하자, 임금에게 찾아가서 일전의 일에 대해 이야기 했고, 임금도 배려 없는 그 친척에게 평양감사를 맡기기 골룸했는지, 취소시켰다고 한다.

하루는 그가 고개를 넘다가 그만 배고픔에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그 때 어느 한 여인이 쓰러진 박문수를 발견했는데, 주위에 먹을 것도 없던 터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그녀는 가슴을 내밀고 박문수에게 모유를 먹이기 시작한다.

이 때 그 광경을 본 나물 캐는 아낙네들은 경악했으며, 그 사실을 그 여인 남편에게 일러바쳤다. 화가 난 남편은 박문수와 아내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박문수가 마패를 내밀었다. 그러자 남편은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면서 박문수에게 용서를 빌었다. 박문수는 그 남편에게 따끔하게 호령을 한 다음 다시 갈 길을 갔다.

그 뒤 남편은 나라에서 파견한 어사를 폭행했으니 무사하지 못했을 터, 결국 관아에서 원님의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일 때 박문수가 남편을 용서하고 자신을 살려 준 아내에게 상을 내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어사에게서 논밭 50마지기를 상으로 받았으며, 그 후 마패를 가진 사람들이 가서는 안 될 고개라는 뜻인 금패령(禁牌嶺)의 유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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