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미미한 자구노력에도 1천억대 채무 탕감

 세모그룹의 모체인 ㈜세모가 10년에 가까운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의 합의와 법원의 인가로 1천억원 이상의 빚을 사실상 탕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모가 이 기간 경영 정상화 방안에서 밝힌 상환 목표치를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도 이처럼 파산을 피해가면서 법정관리 상태를 졸업한 과정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세모 감사보고서와 법원 자료에 따르면 세모는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약속한 2008년까지 채무변제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2007년 12월 기존 주주의 주식을 감자 소각하고 신주와 상환우선주를 발행하는 내용으로 회사정리계획을 바꿨다.

이 중 상환우선주 발행 과정에서 세모는 주당 580만원의 상환우선주 1만9천916주를 발행해 약 1천115억원의 채무를 출자 전환했다. 채권단의 합의와 법원의 인가로 거액의 빚이 단숨에 투자금으로 바뀐 순간이다.

출자 전환을 거친 자금은 통상의 회계 절차에 따라 1년 뒤 주식발행초과금 명목으로 자본잉여금 계정으로 넘어갔다.

당시 ㈜세모의 채무 총액이 2천245억원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남은 채무의 절반가량이 사실상 탕감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법정관리 기업이 아예 문을 닫는 것보다는 빚을 투자금으로 돌려서라도 회생시키는 게 유리하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10년의 법정관리 기간 이후에도 눈에 띄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에 1천억원 이상의 빚을 덜어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세모는 법정관리를 인가받을 당시인 1999년에는 채무 총액인 3천835억원 중 2천876억원을 2008년까지 갚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졸업하기 직전인 2007년 말까지 이 회사가 실제로 갚은 금액은 1천590억원에 그쳤다. 목표치의 절반밖에 이행하지 못한 셈이다.

이외에도 ㈜세모의 법정관리 과정에서는 4천명에 가까운 개인 주주가 보유주식 92만여주를 무상소각하는가 하면, 유 전 회장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신생회사 ㈜새무리가 거액을 대출받아 ㈜세모를 인수하는 등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

㈜세모는 인수 과정에서 확보한 337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채무 상환자금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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