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사건으로 사회가 요동칠 때면 연예인들의 흔한 가십거리가 뉴스로 등장해 덮어주는 게 정석이었다. 이번에도 몇 발을 쏴댔지만, 약발은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메이저급 언론도 감히 엄두도 못 낼 엄청난 뉴스가 모 인터넷방송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모 회장의 므흣한 사생활이 찍힌 그 동영상은 SNS를 통해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처음에는 사생활로 치부하던 그 업체에서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고개까지 숙였다. 그런데도, 조·중·동과 같은 주류 언론사 및 방송사는 아직도 입을 굳게 다물고 모르쇠로 일관한다. 가장 큰 광고주인 그들에게 미운털 박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알면 병, 모르는 게 약인 세상이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굴러갈지 모를 심각한 사고·사건은 연일 여기저기에서 터진다. 필자는 새해 첫날에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된걸음 세상’을 통해 언급한 바 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그때 예상했던 대로 딱 맞아떨어졌다. 국민은 개·돼지라던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망언과 4000원 부당이득에 암표상을 구속했던 진경준 검사. 그에게 돈까지 대주며 주식을 120억원대로 대박이 나게 도와준 넥슨 김정주의 끈끈한 우정, 까면 깔수록 자꾸만 커지는 우병우의 초능력, 오피스텔만 123채라는 서초동 쌍끌이 홍만표도 모자라 급기야는 황제급 회장까지도 우스갯거리가 되는 한심한 세상이다. 이따위 말도 안 될 이야기로 칼럼을 쓴다고 낑낑대는 필자 또한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배가 고파 조그만 구멍을 통해 포도원에 들어간 여우가 정신없이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시 나가려고 했으나, 배가 너무 커져 나가지 못해 포도원 주인에게 잡혀 죽었다는 과유불급의 이솝우화도 있다. 권력과 돈에 집착하며 욕심이 지나쳐 제 무덤을 스스로 판 사례를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무소유는 아닐지라도 조금씩만 욕심을 내려놓았더라면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사회는 삼복 무더위에 열 받는 사건이 한둘도 아니다. 혼란한 틈을 노려 구석구석에서 행해지는 편법과 위법에도 이젠 면역력이 생겨 놀라지도 않는다.

필자는 가능하면 세상의 좋은 모습을 담아내면서 좋은 소리만 하기로 했었다. 순수문학 작품은 오래도록 썼지만, 사회비평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이 분야에는 날고 기는 선배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맘을 이해한다면서 선배는 ‘된걸음’이라는 신조어로 내 칼럼의 방을 따로 마련해줬다. 그 선배는 맘만 먹으면 즉석에서 날카로운 사회비평을 척척 써내는 베테랑이다. 사회적 약자와 미담들을 소재로 ‘잘된 이야기’를 칼럼으로 써내면 선배는 ‘힘들죠?’ 하며 다독거렸다. 하지만 요즘 칼럼이 엇박자를 내며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보이자 안색이 예전 같지 않다.

크건 작건 간에 모든 불행의 실마리는 절제가 안 된 욕심에서 시작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지당한 말씀은 세월이 아무리 가도 바뀔 리 없는 불변의 진리다. 열난다고 하늘만 탓할 필요도 없다. 이미 머리가 하늘 밖으로 빠져나간 권력자들이 알게 모르게 너무 많아진 무서운 세상이다. 핏대 올려봤자, 괜한 건강만 해칠 뿐이다. 큰 언론사들도 시치미 뚝 떼고 있다. ‘알면 병, 모르면 약’이라는 그 말이 정말 실감 난다.

돈도 안 되는데 흰소리 좀 그만하고 술집으로 냉큼 나오라며 닦달하는 선배의 목소리는 스마트 폰 볼륨을 최대로 키웠는지 큰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른손으로 만지작거리던 날달걀 하나를 휙∼ 휘익〜 도리깨질하다가 엄청난 바윗돌을 향해 오늘도 힘껏 내던진다. 언젠가는 쩍하고 바위가 갈라지는 그날까지 이 짓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온다던 비는 왜 이리 늦장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아예 사람을 삶아 죽일 작정을 한 모양이다. 대한민국은 하늘까지도 너무 무심타.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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