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 국장대우 이형실

우리는 체면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염치(廉恥)가 없다’ 혹은 ‘몰염치(沒廉恥)하다’는 말로 핀잔을 준다. 인간관계에서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을 관찰해 보라. 진짜 밥맛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막말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의 전형이다. 그나마 염치가 없음을 느껴 부끄럽고 거북한 것을 아는 ‘무렴(無廉)한 인간’에겐 ‘측은지심’이 드는 것이 우리의 정서일게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모든 사람들이 지녀야 하지만 특히 집단의 리더일수록 필히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덕목이 바로 염치인 것이다. 염치가 없으면 존경이나 존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올해로 시 승격 30주년을 맞는 구리시, 전국에서 가장 적은 면적의 자치단체다. 14년6개월 동안 장기적으로 시장직을 맡았던 전 시장의 말마따나 ‘작지만 보석 같은 도시’로 부흥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도시가 바로 구리시다. 그런데 그런 도시에서 전국적으로 유사사례를 찾기 힘든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인사권자에서부터 국장, 과장, 계장, 담당자에 이르기까지의 인사행정을 수행하는 라인 모두가 직원들의 생사여탈과 관련이 있는 인사를 쥐락펴락해 관련자 모두가 징계를 받는 개탄스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시 인사행정의 신뢰와 명예가 동시에 실추됐지만 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는데에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바로 기자가 장황하게 서두에 ‘염치’를 기술한 이유다.

지난해 12월 중순께, GWDC를 위해 행정의 혼신을 쏟았던 박 전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잃자 이 전 부시장이 시장권한 대행을 맡았는데 새해를 앞두고 년 말 인사가 도래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그 당시 부시장은 소규모 인사만 할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모두가 그럴 줄 알았고 믿었다. 당연히 진급이나 대규모 인사는 차기 시장의 몫이기에 그래야 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예측과 신뢰는 어김없이 무너졌다. 부시장은 시장권한대행답게(?)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전권을 휘 둘렀고 국장을 비롯한 인사라인은 그 칼춤에 동조했다. 끝내 승진이 불가능한 직원이 진급 혜택을 받는 등 이들은 멋대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승진을 목도에 둔 직원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당연히 이들의 인사 전횡은 경기도 감사에서 중징계 요청이 제기됐으나 지난 6월 20일, 도 심사에서 시장권한대행 견책, 국장 등 관련자 감봉 1개월의 문책을 받기에 이르렀다. 비교적 가벼운 징계이긴 하지만 결국 이들이 단행한 년 말 인사는 위법하고도 부당한 인사였음이 증명된 셈이다. 당연히 이들은 징계의 경중을 떠나 자기들 전횡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동료들을 생각할 때 자숙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징계를 받은 당사자들이 자기들은 큰 잘못이 없는데 시에서 중징계를 요구해 마치 핍박을 받는 피해자인 것처럼 소청 운운하며 행동하고 있다는 게 한 언론의 보도다.

참으로 몰염치한 행동들이다. 시 인사행정을 불신으로 초래한 장본인들이 경징계가 모든 행위가 면책된 것 인양 의기양양한 태도는 옳지 못하다. 권고하건데 관련자들은 시 명예를 실추시킨데 대해 도의적 책임이 있다. 책임을 지기 위해 어떤 식이든 만회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아울러 그대들 때문에 가슴에 상처를 입은 동료들을 위해 자기 성찰에 힘썼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대들이 진정한 지성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것이 염치를 아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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