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천장·우레탄 트랙 철거에 학교당 수억원 들어

(연합뉴스 제공)

전국 수백개 학교 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에서 유해 중금속인 납이 과다 검출됐지만 이를 흙 운동장으로 바꾸는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교육 당국이 부심하고 있다.

일선 교육청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이 포함된 건축자재를 학교에서 제거하는 사업도 예산 부족으로 늦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들 건강에 더 해롭고 더 시급한' 사업부터 골라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28일 일선 교육청들에 따르면 3월 23일 교육부가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전체 학교에 대해 유해성 검사를 지시한 이후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 90㎎/㎏을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된 학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우레탄 트랙 보유학교 397곳 중 245곳(61.7%)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다.

서울과 인천에서도 각각 51개, 52개 초·중·고교의 우레탄 트랙에서 납이 과다 검출돼 교육청이 긴급히 사용을 중지시켰다.

대구에서는 134곳 중 96곳(71.6%)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 성분이 나왔고 2002년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한 초등학교는 기준치의 130배에 이르는 납 성분이 검출돼 학부모들을 경악케 했다.

이처럼 성장기 학생들이 수시로 이용하는 우레탄 트랙이 '납 범벅'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은 일단 사용을 중지한 우레탄 트랙을 흙 운동장으로 바꾼다는 계획이지만 학교당 1억5천만∼2억원가량으로 추산되는 관련 예산을 확보할 길이 막막하다.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마련하려고 초·중·고교 기본 운영비까지 줄이는 상황에서 시설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죽음의 먼지'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석면 건축자재를 학교 건물에서 제거하는 사업도 예산이 부족해 진전이 더딘 상태다.

인천의 경우 2013년 전수조사 결과 초·중·고교 373곳에서 석면 함유 건축자재가 확인됐지만 2014년부터 올해까지 192억원을 들여 48개 학교의 천장과 화장실 칸막이 등 석면 자재를 제거하는데 그쳤다.

교육청은 300곳이 넘는 나머지 학교들에서 석면을 모두 제거하려면 1천4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도는 2013∼2015년 학교 석면 제거 예산이 56억6천만원에 불과해 지난해 말 도의회로부터 "도내 학교의 석면을 모두 제거하는데 지금의 예산투입 속도라면 461년이 걸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선 교육청들은 열악한 지방교육재정에서 학교 환경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특별교부금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석면 자재는 교실 천장이나 화장실 칸막이 등에 주로 쓰였는데 예산이 부족해 20년 이상된 낡은 학교부터 우선 철거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 석면 제거 등에 특단의 예산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현재로선 사업이 언제 끝날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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