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기 '역사의 숨결' 느껴보자

● 청·일 조계지→은행거리→제물포 구락부→자유공원
● 개항장(開港場) 거리 걷다 보면 개항기 역사 한눈에 
● 인천화교소학교-제물포 구락부-일본제1은행
● 해안천주교-청나라 조계지 등 볼거리 풍성

인구가 많지 않은 서해의 한 작은 포구에 외국인이 몰리기 시작했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한 이후 일어난 변화다. 근대 문물이 들어오며 서구식 호텔과 각종 일본식 건축물이 지어진 것도 이때다.

당시의 일부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은 인천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일대 개항장(開港場) 거리를 걷다 보면 조선 시대 말기 대한민국의 근대를 다시 만나게 된다. 개항기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인천과 서울을 잇는 경인국철 1호선 인천역에 내려 맞은편 횡단보도를 건너면 대형 '패루(牌樓)'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패루를 봤다면 인천 차이나타운을 제대로 찾은 거다. 패루는 비슷한 일을 하는 중국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던 동네 입구에 세운 것으로 대문 역할을 한다.

올해 2월 인천 서남부권을 잇는 수인선(송도역∼인천역 구간 7.3㎞)이 추가 개통한 뒤 경기도 오이도에서도 30분이면 차이나타운에 갈 수 있다. 승용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소 50분 이상 걸리던 거리가 한결 가까워졌다.

패루를 지나면 붉은색 물결이 출렁이는 차이나타운 거리가 펼쳐진다.

중국음식점이 몰려 있는 이곳은 일 년 내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다. 기념품 판매상과 음식점 상인들로 인해 항상 활기가 넘친다.

차이나타운 안에는 '인천화교중산학교'도 자리 잡고 있다.

애초 청국영사관이었으나 1902년 '인천화교소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인천에 있는 유일한 화교학교다. 지금도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중화권 문화를 배우려는 한국인 자녀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화교학교 인근에는 길이 150m에 달하는 '삼국지 벽화'가 벽면에 펼쳐져 있다.

삼국지의 명장면을 해설과 함께 총 160장면의 그림으로 표현해 놨다.

화교학교를 지나 내리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조계 경계석을 볼 수 있다.

이 조계 경계석을 정면에서 바라볼 때 왼쪽이 청나라 조계지, 오른쪽이 일본 조계지였다.

조계지는 개항도시에 있던 외국인 거주지다. 외국인이 자유롭게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었다.

조계석을 뒤로 하고 50m가량 내려가면 왼편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로 1888년 건립된 대불호텔 터가 나온다.

현재 고급호텔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대불호텔 터에서 일본 조계지 쪽으로 들어서면 이른바 '개항기 은행거리'가 펼쳐진다.

이 거리에는 옛 '일본제1은행', '일본18은행', '일본58은행'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 중 일본제1은행은 인천 개항박물관으로 변신했다. 인천의 근대 문물, 한국 철도사, 개항기 인천의 풍경 등과 관련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일본18은행 건물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재개관했다. 이곳에서는 개항 당시 인천항의 풍경을 비롯해 인근의 근대 건축물의 모형과 사진 자료를 볼 수 있다.

은행거리 가운데 위치한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꺾으면 옛 일본영사관 자리인 중구청 건물이 나온다.

중구청을 오른편으로 끼고 오르막길을 계속 따라가면 개항장 일대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이 주로 사용한 고급 사교 클럽 '제물포 구락부'가 있다.

사교장 분위기로 꾸며진 내부에는 각국의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제물포 구락부 옆으로 계단을 오르면 원래 '각국공원'으로 불리던 자유공원이 나온다.

응봉산 정상에 조성된 자유공원에는 개항 당시만 해도 '존스턴 별장'을 비롯한 외국인 사택과 공장 등이 들어서 있었지만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초토화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현재는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과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맥아더 장군의 동상 등이 남았다.

일본 공병대가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든 홍예문, 서양식과 일본식을 섞어 화강암으로 만든 인천우체국(현재 인천 중동우체국), 1897년 고딕양식으로 건축됐다가 1937년 외곽을 벽돌로 쌓아 변형한 답동 성당도 개항장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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