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1997년 부도가 난 ㈜세모의 대다수 사업부와 3천억원에 가까운 자산을 10년에 걸쳐 고스란히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에선 유 전 회장이 기업의 대주주로서 부실을 초래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 고의 부도를 내고 헐값·내부거래 등을 통해 모든 자산과 사업부를 무늬만 바꿔 그대로 가져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과 각사의 사업·감사보고서,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오대양 사건 이후 지난 1997년 부도가 난 ㈜세모는 당시 자산 규모가 2천800억원대의 그룹으로, 영위 사업부만 51개에 달했다.

유 전 회장 측근은 그러나 법정관리 졸업 전까지 10년에 가까운 기간에 2천억원이 넘는 자산을 빼가 수십개의 관계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관리를 받던 세모의 핵심사업부인 자동차사업부는 1997년 11월 매각됐다.

유 전 회장 측은 1997년 8월에 설립한 온지구(옛 모야플라스틱)를 내세워 토지와 건물 등 자동차사업부를 166억4천800만원에 사들였다. 설립 당시 온지구의 지분은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와 특수관계자가 49.49% 보유했다가 지금은 혁기씨(7.11%)와 트라이곤코리아(13.87%), 아이원아이홀딩스(6.98%) 등이 나눠갖고 있다.

더구나 트라이곤코리아는 장남인 대균씨가 대주주(20.0%)로 있고 아이원아이홀딩스는 대균씨와 차남인 혁기씨가 각각 19.44%의 지분으로 대주주에 올라 사실상 유 전 회장 일가의 회사들로 간주된다.

인천지방법원은 또 2005년 3월엔 ㈜천해지를 세모의 조선사업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유 전 회장 측이 ㈜새천년(70.13%)과 ㈜빛난별(12.77%) 등 위장회사를 동원해 천해지를 세워 480억원에 조선사업부를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새천년은 보유하던 천해지 지분 70.13%를 유씨의 4명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에 고작 60억6천만원에 전량 넘겨 헐값 내부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천해지 설립 당시 2대 주주이던 빛난별 지분(12.78%)도 비슷한 시점에 다판다(6.39%)와 문진미디어(6.39%)로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유 전 회장 측은 2007년 8월 새무리컨소시엄을 조성해 세모를 모두 336억9천만원에 인수했다.

M&A를 위한 투자계약서에 따라 유상증자와 회사채발행으로 168억4천500만원씩 총 336억9천만원을 조달해 정리채무 등 상환자금으로 사용했다.

인수 후 대주주는 다판다(31%)와 새무리(29%), 문진미디어(20%), 우리사주(20%) 등으로 사실상 유 전 회장 측 관계사들이 그대로 가져간 셈이다.

이에 따라 사업보고서 상에 드러난 세모의 자산은 부도 직후인 1998년 말 2천811억원에서 2000년 말 3천98억원, 매각 직전인 2006년 말 32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세모가 갖고 있던 조선사업부 등 핵심사업부의 3천억원에 달하던 자산이 10년에 가까운 기간에 유 전 회장 측이 세운 관계사들로 모두 넘어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10년 전 세모와 산하 사업부들은 현재 13개가 넘는 해외법인과 국내 관계사 등 모두 50여개에 달하는 '세모'의 관계사들로 다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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