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쪼개니 아이의 몸에서 광채가 나며 임금의 위용을 드러냈다

"박혁거세 신화는 신라를 개국한 개국신화로  천제라든가 천신이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여섯 마을의 우두머리들이 알천 냇가의 언덕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을 때 양산 기슭에 서기가 드리워져 있었다든가 백마가 길게 울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것은 혁거세가 곧 하늘에서 왔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리고 혁거세가 알에서 깨어난 것은 난생신화형에 속하는데 이는 동남아시아의 신화들과 유사성이 있다.

혁거세는 시조신이며 국조신의 성격을 띤다. 그리고 혁거세의 부인 알영은 오늘날 민간신앙에서 볼 수 있는 영천 약수에서 보는 무신도 여신상과 용궁애기씨, 용궁부인들의 호칭과 그대로 상통하는 것으로 미루어서 수신(水神)임에 틀림없다."

옛날 진한 땅에는 여섯 마을이 있었다. 

기원전 69년 3월 초하룻날의 일이었다. 여섯 촌의 우두머리들이 각각 자제들을 데리고 다 함께 알천 둑 위에 모여 의논했다. 

"지금 우리들에게는 위에서 백성들을 다스릴 임금이 없어 백성들이 모두 법도를 모르고 제멋대로 놀고 있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소. 하루 바삐 덕이 있는 사람을 찾아 임금으로 모시고 나라를 창건하여 도읍을 세우도록 합시다." 

이에 높은 산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남쪽 양산 기슭 나정 우물가에서 이상한 기운이 번개처럼 땅에 드리워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모양은 마치 흰 말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과 같았다. 사람들이 그리로 달려가보니 자주빛의 큰 알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그 옆에 있던 말은 사람을 보자 울음 소리를 길게 뽑으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그 알을 조심스럽게 쪼개 보았다. 아이의 몸에서는 광채가 나며 임금의 위용을 드러내었다.

 새와 짐승들이 모여 춤을 추고 천지가 진동하며 해와 달이 맑고 밝게 빛났다. 그래서 그 아이의 이름을 혁거세왕(赫居世王)이라 했는데, 이는 세상을 밝게 다스린다는 말이다. 

혁거세왕은 맨 처음 입을 열어 스스로를 '알지거서간'이라 했다. 그때부터 임금의 존칭을 '거실한' 혹은 '거서간'이라 하게 되었다. 여섯 촌의 사람들은 하늘이 자신들의 소원을 듣고 임금님을 내려준 것을 소리높여 칭송하며, "이제 천자님이 세상에 내려왔으니 덕있는 여식을 찾아 배필을 정할 일만 남았구나" 하며 환호했다. 

그런데 바로 이 날 정오 무렵이었다. 사량리라는 마을의 알영 우물가에 계룡 한 마리가 나타나 왼쪽 겨드랑이 밑으로 여자아이를 낳았는데 그 자태가 매우 고왔다. 그러나 오직 입술만은 닭의 부리처럼 생겨서 보기가 흉했다. 

사람들은 신기해 하기도 하고 애석해 하기도 하면서 그 아이를 데리고 월성 북쪽 시내로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켰다. 그런데 목욕을 끝내고 보니 어느 사이에 부리는 떨어지고 앵두같이 예쁜 사람의 입술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의 놀라움은 이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이때부터 그 시내를 부리가 빠졌다 해서 발천(撥川)이라 부르게 되었다. 

사람들은 남산 서쪽 기슭에 궁궐을 짓고 하늘이 내려준 신령한 두 아이를 모셔 길렀다. 사내아이는 알에서 나왔고 그 알이 마치 바가지처럼 생겼는지라 성을 '박'이라 했다.

 또 여자아이는 그가 나온 우물 이름을 따서 알영이라 했다. 두 성인이 자라 열 세 살이 되었을 때 혁거세는 왕으로 추대되고 알영은 왕후가 되니 기원전 57년의 일이다. 그리고 나라 이름을 서라벌(徐羅伐) 또는 서벌이라 하였는데 더러는 사라 혹은 사로라고도 했다. 

또 처음 왕이 계정(鷄井)에서 났으므로 계림국이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계룡이 상서로움을 나타낸 때문이다. 

일설에는 탈해왕 때에 김알지를 얻으면서 숲 속에서 닭이 울었으므로 나라 이름을 계림으로 고쳤다고도 한다. 신라라는 이름이 정해진 것은 후대의 일이다. 

나라를 다스린 지 61년째 되는 어느 날, 왕은 홀연히 하늘로 올라갔다. 

이레 뒤에 왕의 유체가 땅에 흩어져 떨어졌으며 이때 왕후도 따라 죽었다. 백성들이 유체를 수습하여 합장을 하려 했더니 커다란 구렁이가 나와 못하도록 방해했다.

 하는 수없이 다섯 부분으로 흩어진 그대로 각각 다섯 곳에 장사를 지내고 오릉, 또는 사릉(蛇陵)이라고 했다. 담엄사 북쪽에 있는 왕릉이 바로 이것이다.

 오릉에는 혁거세왕의 제향을 받는 제전인 '숭덕전'과 알영왕비의 탄생지라 하는 '알영정터'가 있다. 혁거세왕이 하늘로 올라간 뒤 그 뒤를 이어 남해왕(남해차차웅)이 즉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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