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에 정박한 언딘의 잠수작업 바지선 위로 SSU 잠수사가 잠수를 마치고 잠수헬멧을 착용한 채 오르고 있다. 

 26일 오후 2시께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 파도는 거세게 몰아쳤고 수중작업하는 잠수사의 숨소리도 거칠었다. 

"슈욱, 푸우…." 잠수사들이 바다 밑에서 내쉬는 짧은 들숨과 긴 날숨은 민간구난업체 언딘이 정박시킨 바지선 위 통신스피커에서 낮지만 무겁게 흘러 나왔다.

이윽고 노란 잠수헬멧을 착용한 해군 해난구조대(SSU) 소속 잠수사 두 명이 바지선에 있던 다른 동료들이 생명줄이자 공기공급선인 잠수선을 끌어당겨 도와주자 바지선에 힘겹게 올랐다.

동료들은 축 처져 몸을 못 가누는 잠수사를 의자에 앉혀 서둘러 약 15㎏ 무게의 헬멧부터 벗겼다.

헬멧을 벗은 잠수사들은 눈물, 콧물, 침 등이 범벅된 얼굴을 잠수복으로 훔쳐 닦아냈다.

해군 대원들은 "괜찮아? 천천히 해 천천히!"를 외치며, 잠수사들의 어깨와 손을 주물렀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의 잠수사는 잠수통제장교에게 "유속이 몇이었느냐"고 물었다.

"1.2m였다. 정조가 끝나서 유속이 빨라질 때 올라온 거야." 잠수통제장교는 거센 조류를 뚫고 올라온 잠수사에게 왠지 미안해하는 듯했다.

잠수사들은 까만 테이프로 팔에 휘감은 손전등과 장비 등을 풀어내며 손가락 고통을 호소했다.

선체 내 격실에 진입하면 팔목에 찬 손목시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시정이 짧아 손이 눈을 대신했다.

물에 불어 가득 찬 카펫, 이불 등을 헤치며 시신을 찾느라 몸에서 손이 가장 혹사당한 듯 보였다.

동료들은 해줄 것은 이것밖에 없다는 듯 잠수사들의 손을 주물러주기도 했다.

민간해난구조업체 언딘이 들여와 세월호 선체 바로 위에 정박시킨 바지선에는 잠수에 필요한 갖가지 장비들이 갖춰져 있었다.

바지선 선체 오른쪽에는 각각 언딘 측과 해군이 설치한 감압 체임버 4대가 갖가지 잠수장비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바닥에 박힌 선체 깊숙한 곳은 수심이 47m에 달해 오랫동안 잠수한 잠수사들은 바지선에 오르자마자 감압 체임버에서 몸 안에 쌓인 질소를 빼내 잠수병을 예방했다.

언딘 바지선 오른편에는 잠수사들이 잠수준비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입수작업은 바지선 뒤쪽에서 이뤄진다. 뒤쪽이 세월호의 선수 부분과 가깝다.

현재 설치된 유도선(가이드라인)은 5개로 라인별로 최대 2명씩 잠수사가 들어갈 수 있어 한번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은 기껏해야 10명이다.

잠수 수색작업의 가장 큰 난관인 조류는 소조기가 끝나며 다시 작업을 수시로 중단시키는 애물이 되고 있다.

수색작업에 투입된 한 잠수사는 "선체 진입 전까지는 조류가, 선체에 진입한 이후에는 시정이 장애물이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선내에 곳곳에 가구, 집기, 카펫, 이불 등이 가득 쌓여 수색이 어렵다고 말했다.

잠수사들은 장애물들을 거둬낼 엄두를 못 내고 틈 사이를 더듬어 시신을 찾는 실정이라고 현장 관계자는 밝혔다.

조류, 시정, 선내 장애물 등 삼중고를 겪는 잠수사들에게 이제는 악화된 기상상황도 부담이다.

사고 해역의 바람과 파도가 거세지면서 잠수사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발생했다. 파도 탓에 잠수작업 중 바지선에 머리를 부딪칠 수 있다.

수색작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현장에서는 일부 잠수사를 주변 3천t급 해경 경비정에 잠시 철수시키는 것도 고려하다가 기상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해양경찰청 잠수대원 김동수(41) 경장은 "고등학교 2학년인 내 자식을 구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바닷속에서는 손으로 더듬어 사람이다 싶으면 끌어안아 수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