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 주간이 시작됐다. 국회는 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 해당하는 8명의 국무위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잇달아 실시한다.

8일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중반기 실적을 판가름할 경제부문을 이끌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정종섭 안전행정부, 이기권 고용동자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에 대한 청문회가 동시 실시된다. 이어 9일은 논란 많은 김명수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여야는 이 국정원장 후보자의 이른바 '차떼기' 연루의혹과 최 장관후보자의 병역의무 이행중 외국유학 문제 등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여 남은 청문회 일정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청문회가 향후 국정주도권 장악 여부의 분수령이 된다고 보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세월호 국조특위 활동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재보선을 앞둔 민심 흐름이 청문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야간 날카로운 사전 기싸움도 이런 배경에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으로서는 안대희, 문창극 두 총리후보자가 청문회석상에 서보지도 못하고 중도하차한데 이은 이번 청문회에서 낙마자가 더 있을 경우 국정운영 동력의 추가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전원통과가 목표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논문표절, 기고문대필 의혹 등으로 여론이 좋지않은 김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이 국정원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집중적 낙마공세를 전개해왔다.

청문회가 마무리되는 10일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회동이 예정돼있지만 극적인 정치적 절충점이 모색되지않는 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파열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질과 도덕성 등 후보자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여야의 정국운영 전략 및 정치적 득실판단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는 것도 한 배경이다.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전원통과 배수진을 치고있는 여당이나 흠집내기 사전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야당이나 마찬가지다. 이래서는 그렇지않아도 도입역사가 짧은 청문회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청문회가 이렇게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제도의 흠결때문이라기 보다는 청문회에 정략적 색채를 덧칠한 여야 정치권 책임이다. 청문회 제도를 제자리로 되돌려야 하는 것도 여야 정치권의 몫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개선을 얘기하기 이전에 여야 정치권은 상식과 양식으로 돌아가 청문회에 임하는 기본자세부터 바로잡기 바란다.

여야가 바뀌면 공수가 바뀌게 되고, 똑같이 상대측 인신공세의 피해를 입는 제로섬 게임을 되풀이하는 정치적 단견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청문대상자의 사돈의 팔촌, 사랑하는 가족의 보호하고 싶은 신상문제에 이르기까지 만천하에 까발리고 상처를 주는 그런 청문회가 아니라 품위와 양식을 견지하는 절차 아래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철저하게 따지는 그런 청문회 문화를 세워보기 바란다.

후보자를 앞에 놓고 고성과 거친 언사로 몰아세우고 답변은 듣지도 않고 주저앉히는 그런 청문회가 아니라 후보자의 문제점과 식견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유도하는 그런 높은 수준의 청문회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국민이 두눈 부릅뜨고 지켜본 그런 청문회에서 나온 인사청문보고서를 임명권자가 무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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