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SK는 7일 현재 30승 44패로 9개 구단 중 8위에 처져 있다.

지난 3일 LG에 추월당해 2005년 6월 2일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8위라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까지 내려앉았다.

최근에도 5연패를 기록 중이라 연패가 조금만 더 길어진다면 4할 승률마저 위태로워질 상황이다.

2007년 우승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등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강팀으로 군림하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다수의 '예비 FA'를 거느리고 올 시즌을 출발한 SK는 4월까지만 해도 3위를 달리는 등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아픔을 씻어내는 듯 보였지만 5월부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내리막의 시작은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이었다.

타선의 핵인 최정이 개막 한 달이 넘어가면서 부진에 빠지더니 5월 17일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거액의 몸값을 들여 영입한 용병 타자 루크 스캇도 4월 말 손목을 다친 이후 반복되는 부상으로 1∼2군을 오갔다.

스캇은 지난 1일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타격 부진을 이유로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선발진에서는 윤희상, 로스 울프 등이 부상에 시달렸고 불펜의 핵인 마무리 박희수마저도 지난달 14일 어깨 염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전력에 숭숭 구멍이 나고,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식의 임시방편으로 이 공백을 메우다 보니 다른 곳에서 또 누수가 생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애초 구상한 전력 가운데 김광현, 채병용, 울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선발진은 5월 이후 단 10차례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밖에 기록하지 못할 만큼 흔들리고 있다. 개막전부터 4월 30일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기록한 퀄리티스타트 수(11차례)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즌 초반에도 선발진이 믿음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버텨주던 불펜도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SK 불펜진은 5월 이후 6승 10패와 6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5.90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패전은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반면 세이브는 가장 적고, 홀드도 두 번째로 적을 만큼 버티는 힘이 사라졌다.

초반부터 확실한 필승조를 구성해 관리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등판을 거듭한 상황에서 마무리 박희수마저 사라지고 나니 뒷문이 활짝 열리고 말았다.

SK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좌완 불펜인 진해수가 9개 구단의 전체 투수 중 가장 많은 45게임에 나섰고 박정배가 3번째로 많은 39경기, 전유슈가 37경기(공동 4위), 윤길현이 34경기(공동 14위)에 등판했다.

그 결과 SK는 올 시즌 한화와 함께 가장 많은 24차례의 역전패를 기록했다.

그나마 나아보이는 타선도 이런 흐름을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4할 타율 도전을 거듭하는 이재원(0.401)을 필두로 김강민(타율 0.303), 임훈(타율 0.365), 박정권(15홈런·56타점) 등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경쟁자들에 뒤질 것이 없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이런 선수들의 활약을 묶어 득점까지 연결할 응집력이 없다.

5월 이후 SK의 득점권 타율은 0.260으로 9개 구단 중 최하위다.

4할 타자 이재원이 있음에도 중심타선의 타율이 8위인 0.300에 그치는 등, 기회에서 해결해줄 능력이 없으니 승리도 요원하다.

공격에서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는 야수들이 수비에서 실책까지 반복하면서 팀 전력이 거의 와해수준이다.

SK는 올 시즌 전체 구단 중 가장 많은 69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2위 한화(59개)보다도 10개가 많다.

투·타와 수비 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 반전 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

희망을 찾자면, 내리막의 시작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던 만큼 이들의 복귀가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두 달 가까이 몸을 추스린 최정은 최근 2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마운드에서는 부진하던 조조 레이예스를 퇴출시키고 5일 새로 영입한 트래비스 밴와트가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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