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저급한 욕설을 퍼부으며 강력히 반발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7일 성명에서 "박근혜는 오바마를 만나 우리 핵과 병진노선,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시비질하면서 온갖 악담을 다 늘어놓았다"며 "박근혜는 이번 행실로 북남화해에 기초한 평화통일이냐, 체제대결에 의한 전쟁이냐 하는 우리의 물음에 전쟁으로 대답했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박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발언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면서 남북관계에서 이제 기대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을 한다면 "새로운 강도의 국제적 압박을 초래할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누구의 말도 들으려하지 않는 상황이 되면 6자회담도 필요 없어진다"며 "북핵 능력 고도화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데 오바마 대통령과 우려를 함께하고 시급성을 갖고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을 비난하면서 `철부지 계집애', '추악한 미국위안부', '사대매국노' 등 저속하고 천박한 욕설로 박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유감이다.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기관인 조평통의 성명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최소한의 품위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이성을 잃은 시정잡배가 악에 받쳐 욕설을 퍼붓는 듯한 느낌이다. 이 성명은 북한 지도부의 저급한 언어 수준을 글자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면 핵대결전에 의한 최후의 결산'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암울한 미래에 대한 자포자기식 절망감마저 묻어난다. 북한이 `핵전쟁'을 언급한 것은 이번 성명뿐만이 아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이달 들어서도 벌써 10여차례나 핵전쟁을 언급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핵전쟁'을 이처럼 쉽게 언급하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냉전시대에 핵군비 경쟁을 벌였던 미국과 소련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핵전쟁'을 언급하며 상대를 위협하지는 않았다. 핵무기로 인한 대규모 인명 살상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인류 역사의 비극이다. 북한 지도부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혹시라도 핵전쟁을 위협함으로써 외부세계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부는 28일 "북한이 남북간 비방중상 중단 합의를 먼저 깬 것도 모자라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막말을 계속하는 것은 패륜 그 자체"라며 "상식 이하의 행태를 버리고 민족 화합과 상생을 위한 길로 속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사실 북한이 핵무기와 인권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피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6자회담이 계속되던 지난 11년간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3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제사회가 6자회담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며, 일단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뒤에는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제재에 반발해 대남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시라도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만에 하나 군이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정부의 원칙있는 대처는 오로지 군의 확고한 안보태세가 전제될 때만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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