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기준 가계주거비 월평균 7만4천원…1년 새 20.8%↑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가계의 주거비 지출 액수는 물론 증가율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이 '찔끔' 증가하는 상황에서 월세 전환이 늘어나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8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실제 주거비(월세 기준)는 월평균 7만4천227원으로 1년 새 20.8% 증가했다. 

지난해 주거비 지출액은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가율도 역대 최고치다. 
가계 주거비는 2013년 7.0%, 2014년 4.0%의 증가율을 보이다가 지난해 갑자기 대폭 늘었다. 

평균 주거비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월세로 전환한 가구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가계가 실제로 지출하는 월세는 통계치보다 훨씬 많다. 

집을 갖고 있거나 전세로 사는 가구는 주거비 지출이 0원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자가와 전·월세가 포함된 모든 가구의 평균 주거비가 낮아지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 

월세 가구가 늘어나면 실제 주거비도 증가하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전·월세거래량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2%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33.0%) 이후 가장 높았다. 

작년엔 전세 거래량이 82만1천건으로 5.1% 줄어든 반면 월세 거래량은 65만건으로 8.3% 늘어났다. 

특히 서울의 월세 거래량(21만5천건)이 11.6% 늘어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월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46.6%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의 월세 전환이 두드러졌다.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주거비는 지난해 7만6천402원으로 전년보다 42.9% 증가했다. 

모든 소득 구간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다. 

소득 500만원 이상∼600만원 미만 가구 주거비는 8만1천63원으로 32.2% 증가했다. 

소득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 가구는 3.9%, 100만원 미만 가구는 4.3% 늘었다. 

전세값 상승 부담 때문에 중산층과 일부 고소득층도 월세로 전환한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거비 부담은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증가율이 낮은 상황에서 가계 주거비가 계속해서 늘어나면 소비 지표가 안 좋아질 수 있다"며 "세제·고용 등 가계 소득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거비 증가가 지속되면 성장률 둔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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