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가우스전자' 시즌 2 시작…'사교육' 등 새로운 캐릭터 등장

한국 공부중독 지적…"착한 상식 부각하고파"

묵묵히 일하지 말고 은근히 티 내면서 일하기, 일하는 시간 아껴 야근에 투자하기, 연봉협상보다 중요한 건 용돈협상, 인수인계는 철저히 하기, 건강 핑계로 술자리 빠지기….

이 같은 직장생활의 팁에 웃고 울지 않는 직장인이 있을까. 네이버에 2011년부터 연재 중인 웹툰 '가우스전자'는 다국적 문어발 기업 가우스전자 마케팅 3부를 배경으로 직장인들의 일상을 그린다. 한참 웃기다가도 묘한 뒷맛을 남기는 반전이 일품인 만화는 '대한민국 직장인 보고서'라 불리며 하루 평균 150만건이 넘는 페이지뷰를 자랑한다.

가우스전자 시즌 2가 지난달부터 새롭게 시작했다. 시즌 2는 지난해 마무리된 시즌 1과 비교해 새로운 설정이 몇가지 추가됐다. 기러기 아빠에 게임중독이었던 위장병 부장이 마케팅 3부에서 빠지고, 사교육이라는 새로운 신입사원 캐릭터가 등장한다. 비밀 사내연애를 이어갔던 이상식과 차나래는 아이를 가지며 결혼을 준비한다.

직장생활에 대한 위트와 해학은 여전하다. '가정도 팽개치고 밤낮없이 일할 사람을 앉히라'는 회사의 지시에 이혼남 최선수 차장이 마케팅 3부 부장으로 부임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가우스전자의 곽백수 작가는 28일 연합뉴스에 "시즌 2는 큰 줄기에서 방향성만을 잡았다"며 "누군가는 퇴직하고, 누군가는 회사에 들어오는 등 설정을 좀 다듬었다"고 말했다.

시즌 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바로 신입사원 사교육이다. 사교육은 직장학원을 통해 대기업 가우스전자에 취업하고, 학원수업에서 회사생활의 팁을 배운다. 심지어 학원차를 타고 퇴근하는 사교육의 모습은 자기 의지 없이 삶을 사는 우리 시대의 젊은이를 표상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는 아이를 공부시키려다 가정과 개인의 인생이 처참해지는 공부 중독에 빠져 있다. 이런 공부병, 교육병을 고쳐야 한다"며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교육을 등장시켰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면에서 작가가 시즌 2에서 가장 부각하고 싶은 캐릭터는 바로 이상식이다. 상식은 어리바리한 성격 탓에 만날 상사에게 혼나고, 여자친구인 회사선배 나래에게도 줄곧 무시당한다. 그러나 상식은 작가가 가장 중요시하는 삶의 가치를 드러낸 캐릭터이기도 하다.

작가는 "시즌 2에서는 어리버리하지만 착한 상식이를 각광받게 하고 싶었다"며 "선함이 최고의 경지라는 경구처럼 살면서 착한 게 최고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이어 "얄밉고 꾀 바른 사람만이 알찬 인생을 사는 것 아니다"라며 "무던하고 진실한 상식이가 그런 면에서 가장 애착이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즌 2도 시즌 1처럼 주 5회 연재를 하고 있다. 정해진 요일마다 한편씩 업데이트되는 요일 웹툰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이런 맛에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가우스전자를 즐겨본다.

작가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작품이 짧기도 하고, 예전에 주 6회 연재한 적도 있어서 전혀 힘들지 않다"며 "옛날 선배들은 더 많이 하셨다"고 겸연쩍어했다.

그는 군대 때 만화가가 되겠다는 결심하고 지난 1997년 단편만화 '투맨코미디-외계인편'으로 만화계에 발을 들인다. 2003년부터 연재한 만화 '트라우마'로 스타작가로 부상한 그는 직장생활 경험이 전혀 없다. 그래서 그에게는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을 실감 나게 그리는 비결에 대해 질문이 많이 쏟아진다.

작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 서핑을 하며 감각을 익힌다"며 "직장 다니는 후배들한테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원래 눈치가 빨라 대충 이야기만 들어도 무슨 일이 있는지 짐작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만화를 그리며 직장인 개인의 삶과 직장생활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느냐에 가장 초점을 맞춘다.

그는 "야근, 자리 지키기, 의전 등 직장 내에서 쓸데없이 열심히 하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점에 대해 사회적 합의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우스전자는 연재 초기부터 모 대기업을 모델로 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작가는 "어떤 기업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며 이 같은 시각을 조심스러워 했다.

그는 "휴대전화 얘기가 많이 나오니까 자꾸 삼성을 연상하시는데 재벌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회사 문화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며 "대기업 직장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제 만화에 공감하는 이유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작가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만화를 그리기보다 그때그때 가닥을 잡아간다고 했다. 그런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만화의 요소는 바로 재미다.

그는 "사람들이 매일 보고 싶어하고, 보면서 즐거워하게 하는 것이 제가 두는 주안점이다"라며 "재미있어하는 독자가 있는 한 가우스전자는 계속 연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면이 역시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윤태호의 '미생'과 차별화하는 점이기도 하다.

작가는 2개월의 휴식기간 동안 발명품의 특허를 내고 동화책도 그렸다. 죽음을 주제로 한 동화는 현재 거의 완성 단계다. 가우스전자 작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그는 아들, 딸과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는 언제 가장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댓글을 보고 사람들의 관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웹툰이 큰 인기를 끄는 상황에 대해 "아주 좋다"라며 "만화가가 예전보다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로부터 '천재 곽백수'라는 칭찬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자신을 검색하면 천재가 연관검색어로 뜬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츄리닝'의 이상신 작가가 고득점, 사교육, 백마탄 등 가우스전자 캐릭터의 기발한 이름을 생각해냈다며 "그 친구가 진짜 천재"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사람들이 착해지는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제 만화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온화해지고, 치열해지는 경쟁이 약간이라도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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