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안대희 이어 3명 모두 청문회前 '사상 초유' 사퇴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화관 세종홀에서 열린 '6·25전쟁 제64주년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 참석,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일간경기=연합뉴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친일사관 논란' 때문에 인사청문회도 치러보지 못하고 24일 결국 낙마함에 따라 집권 2년차의 중반을 향해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문 후보자가 지난 10일 지명된 뒤 15일째인 이날 자진사퇴하면서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지명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와 지난달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 이어 취임 1년 4개월만에 국무총리 후보자 세 명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더구나 세 명 모두 인사청문회까지 가기도 전에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스스로 자진사퇴하는 초유의 기록까지 남겼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지난달 28일 인사청문회 전에 스스로 물러난 데 이어 후임 총리로 발탁한 문 후보자까지 잇따라 중도 낙마하면서 2개월에 가까운 '총리 부재' 사태가 이어진 터여서 국정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각을 통할할 총리 자리는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4월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이날로 59일째 사실상 공석 상태다.

또다시 후임 총리감을 물색하고, 청문회 준비를 하려면 2-3주일은 소요되는 만큼 석달간의 국정공백까지 감수해야할 판이다.

이와 맞물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고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적폐를 해소하겠다고 내놓은 안대희·문창극 카드가 제대로 국민에게 선도 보이지 못하고 허무하게 '폐기'됨에 따라 박 대통령이 국가적 과제로 내세운 국가개조도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치 모토로 '약속과 신뢰'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지만 세 번이나 이 같은 '인사 참사'를 반복한 만큼, 국민의 신뢰는 적지 않게 훼손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실제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신뢰수준 95%±3.1%P)를 실시해 20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부정 평가(48%)가 긍정 평가(43%)보다 5% 포인트 처음으로 상회했다.

부정 평가를 한 응답자가 그 이유로 '인사 문제'를 지적한 비율은 지난주 20%에서 이번 주 39%로 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부적절한 인선이 국민에게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는 얘기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각종 인사참사를 겪어왔던 만큼, 국민의 실망과 피로도는 더 큰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국정운영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내세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나 관피아 적폐 해소도 당분간 제 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문 후보자가 정홍원 총리와 협의해 인사 제청한 각료 7명에 대한 야당의 파상공세가 격화될 것으로 보여, 2기 내각 구성도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섞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일간경기=연합뉴스)

문 후보자가 이날 자진사퇴하면서 일단 큰불은 꺼진 국면이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가장 큰 불씨는 바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다. 안대희 후보자 낙마 때까지는 김 실장이 버텼지만, 문 후보자 낙마 사태까지 발생한 만큼, 야권을 중심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고수할 경우 야권은 물론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소지가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 눈높이와 괴리됐다는 평가를 받는 청와대 인사검증팀이 이번에도 검증 작업을 주도한다면 '제2의 김용준·안대희·문창극'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는 만큼, 대부분 검찰 출신으로 구성된 민정라인과 함께 청와대 인사들로만 이뤄진 인사위원회 구성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소 14곳에서 치러지는 역대 최대 규모의 '미니총선'인 7·30 재보선을 앞두고 당의 입김이 세지고 있어 박 대통령은 차기 총리 후보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차기 총리는 선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을 받아와 상대적으로 검증 통과가 쉬울 것으로 보이는 정치인 출신 인사가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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