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총리가 사퇴를 결심한 심경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참사 초기 정부의 어이없는 대응과 이후 구조작업 과정에서 보여준 우왕좌왕 행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할 정부가 보여준 무능함의 극치는 행정부 수장인 정 총리 뿐 아니라 내각 총 사퇴마저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국민들은 마음 속에 정 총리나 참사에 책임있는 각료들을 더 이상 총리나 장관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당분간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서다. 이 참사 수습 와중에 사퇴를 하겠다는 것은 무거운 짐을 감당키 어려워 달아나겠다는 것이나 진배 없다.

더욱이 정 총리는 `세월호 침몰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을 맡고 있지 않은가. 그가 없으면 가뜩이나 부실한 사고대책본부라는 배는 선장도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구조작업 상황을 보면 이런 걱정이 기우만은 아니다. 이미 사고발생 열이틀이 지났지만 110여명이 아직도 실종상태에 있다.

현재의 기상 조건이나 구조작업의 속도를 감안할 때 이런 미증유의 실종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수 없다.

이런 때 사고대책 본부장인 총리가 사퇴한다면 누가 본부장을 맡아 남은 상황을 관리해 나갈 수 있겠는가.

정 총리나 장관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더 참담한 마음으로 마지막 수습작업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조금이나마 국민에게 속죄할 수 있는 길이기에 당분간 현 자리에 머무르라고 하는 것이다.

한 두 주 이후에 사퇴한다고 해서 왜 그렇게 자리에 연연하느냐고 책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왜 현 시점에서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결국 예상대로 박 대통령은 사의를 받아들이면서도 공식적인 사표 수리는 사고 수습 이후에 하기로 했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사고 수습에 전념하라는 것이다. 당연한 결정이다.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총리는 사고 수습이후 갈릴 것이고, 다른 각료들도 마찬가지 운명일 것이다.

다만 곧 사표 수리가 기정사실화된 `시한부 총리'가 사고대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만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것이다.

이것이 참사 수습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날 사고 해역에서는 기상악화로 제대로 된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못했고, 한 구의 시신조차 인양하지 못했다.'

정 총리는 사퇴의 변에서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는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악화되고 있는 민심을 조금이나마 추스르기 위해 총리가 사퇴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라면 국민들은

`정치쇼'라고 인식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정치권은 이번 주부터 그동안 자제해온 정치활동을 본격화할 태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정치권이 마냥 손을 놓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야당은 어려움에 처한 여권을 상대로 책임론을 제기하고 싶은 유혹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정치공학적 접근을 할 때가 아니다.

사퇴나 사과가 급한 것도 아니다.

한마음으로 구조작업을 성원하고,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이번 참사로 상처입은 온국민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야 할 때다.

정치적 계산속으로 움직이는 어떤 액션도 지금의 국민 정서로는 용납되기 어렵다는 것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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