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0개 보험사 해지계약 9만6천건 납입금 환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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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험판매 텔레마케터의 과장된 설명으로 얼떨결에 보험에 가입했다가 중도해지로 피해를 본 계약자들에게 납입보험료를 모두 되돌려주라는 금융당국의 결정이 나왔다.

대상은 해지환급금만 돌려받은 9만6천753건으로, 총 환급액은 약 614억원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사 보험대리점에 보험모집을 위탁한 10개 보험사들이 불완전판매된 보험상품 계약을 부당하게 인수한 사실을 적발하고 계약 중도 해지자에게 납입보험금을 모두 환급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금감원은 또 해당 보험사에는 기관주의 조치를 내리고 관련 직원에 대해서는 각사가 자율적으로 조치(자율처리 필요사항)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7월까지 하나SK, 현대, 롯데, 신한, KB국민, BC, 삼성 등 7개 카드사를 상대로 보험상품 전화판매(텔레마케팅) 실태를 검사하고 불완전판매 행위를 대거 적발해 해당사와 관련자에 대한 제재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보험상품을 은행의 적립식 저축상품으로 안내하거나, 사업비 등 공제금액에 대한 설명은 없이 마치 납입보험료 전체가 적립되는 것처럼 안내한 것 등이 주요 불완전판매 사례였다.

우수고객에게만 특별히 제공하는 상품인 것처럼 속이거나 중도해지에 따른 원금손실은 알리지 않은 채 확정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고 꾀기도 했다.

금감원은 카드사 보험대리점의 텔레마케팅 실태 검사에 이어 지난해 10개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계약인수 실태를 점검했다.

2011년 7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카드사 텔레마케팅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가 중도해지한 9만6천753건의 계약을 조사한 결과, 보험사들이 판매대리점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형식적인 모니터링만으로 부당하게 계약을 인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카드사 텔레마케터의 불완전판매에 이어 보험사들도 별다른 여과 없이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나아가 중도해지자들에게 환급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성재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장은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요청한 경우 납입보험료 전체를 되돌려줘야 하는데 보험사들은 해지환급금만을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환급대상은 2011년 7월 1일부터 2013년 3월 31일까지 카드사 전화판매로 10개 보험사 상품에 가입한 계약자 중 상품을 중도해지(실효 포함)하고서 해지환급금만 돌려받은 9만6천753건의 보험계약자이다.

보험사별로는 KB손해보험(옛 LIG손보)의 환급대상 계약 건수가 3만2천여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부화재(2만3천여건), 현대해상(1만7천여건), 삼성화재(1만여건) 순으로 많았다.

이어 흥국생명(4천여건), 메리츠화재(2천여건), 롯데손보·동양생명·동부생명(1천여건), 흥국화재(800건) 등의 순서로 환급대상 규모가 컸다.

이들 보험사는 많게는 100억∼200억원, 적게는 수억 원대의 보험료를 중도해지자에게 추가로 되돌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고객에게 추가로 되돌려주라고 한 금액은 최대 61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환급대상자는 보험사로부터 휴대전화 메시지 및 일반우편으로 개별적인 환급안내를 받게 되며 해당 보험사 콜센터에서도 관련 내용을 상담받을 수 있다.

한편 금감원의 이번 제재 결과에 따라 비슷한 시기에 카드사의 불완전판매 텔레마케팅으로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의 계약해지와 납입보험료 반환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가입자들도 불완전판매 형태로 가입을 권유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제재 결과와 환급 지도는 검사 대상 기간에 중도해지한 계약 9만6천여건에 한정된 것"이라며 "확정되지 않은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금감원은 앞으로 보험상품 관련 사전규제가 철폐되는 만큼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킨 보험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제재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규의 보완을 금융위와 협의해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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