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꿈 학생 "인명 구하겠다" 응급구조학과 지원

세월호 사고 이후 감당하기 어려운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도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지난해 사고 이후 새로운 반 4곳에 편성된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학교와 병원을 오가며 힘겹게 공부해왔다.

올해 수능 대상인 단원고 3학년 생존 학생은 모두 75명으로 이들 중 한 두 명을 제외한 거의 모두가 내일 수능을 치른다고 학교측은 전했다.

세월호 사고로 250명의 친구를 떠나보낸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큰 고통에 시달려왔지만 먼저 간 친구와 선생님들을 생각해서라도 트라우마를 딛고 수능을 치르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학생 학부모 박윤수(44)씨는 "딸 아이는 사고 이후 허리디스크가 생겨 1년 넘도록 병원 8∼9곳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공부해왔다"며 "힘든 시간이었지만, 친했던 친구들의 명찰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꾸준히 시험을 준비해온 만큼 좋은 결과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실 특례법에 따라 수시 전형에서 명문대에 지원할까도 생각했지만, 네티즌 등 주위의 비난에 아이가 특례전형을 거부하고 수능을 보기로 결심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은 대인기피증 등의 증세를 호소하며 수업을 힘겨워했고, 일부는 정신적 충격을 못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생존학생 아버지 장동원(46)씨는 "딸 아이는 치료 과정에서 말수가 급격히 줄었고, 작년 6월 학교 복귀 후 언제부턴가 치료마저 거부했다"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어 해 다니던 학원을 그만둔 뒤엔 학교에서 남은 친구들과 힘들게 공부해왔다"고 전했다.

장씨는 "요리사를 꿈꾸던 딸 아이는 참사를 겪은 뒤 사고 현장에서 다수의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며 응급구조학과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희생된 친구와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꿈을 꼭 이루겠다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번 수능은 사고로 자녀를 잃은 유족들에겐 또다른 고통이 되고 있다.

한 유족은 "살아있었다면 우리 아이도 이번에 수능시험을 볼 텐데…"라면서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도 내 아들, 딸과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간절히 바란다"고 응원했다.

홍영미 4·16 가족협의회 대외협력 분과장은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관문인 수능시험 기회를 송두리째 빼앗겼지만, 하늘에서라도 생존한 친구들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못다한 아이들의 꿈을 생존학생들이 대신 이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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