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개 불법 건축물 행정대집행 예고에 충돌 우려

"인천시에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연수구는 행정대집행을 강행할 겁니다."

옛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송도관광단지 4블록)에 있는 수백개의 컨테이너 건축물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용역원들과 중고차 수출업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6일 단지 입구는 군부대 위병소를 방불케 했다.

2∼3명의 관리인이 단지 입구로 진입하는 차량마다 앞을 막으며 운전자들에게 방문 이유를 재촉했다.

진입도로 중앙선에 자리한 경비실에서는 다른 관리인이 오가는 차량을 일일이 감시했다. 도로 주변에는 행정대집행 용역원들과 크레인 차량을 막고자 세워놓은 수십 개의 폐 전신주들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중고차 수출업자 A(58)씨는 "컨테이너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출입하는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강화됐다"며 "현재 업주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 행정대집행에 맞서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담당 관청인 연수구는 중고차 수출업체들에게 이달 24일까지 사무실로 사용하는 불법 컨테이너를 철수하라는 내용의 계고장을 발송했다. 벌써 3번째다.

1970년 전국 최초 유원지 시설로 지정되며 인천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곳은 현재 컨테이너 등 296개의 불법 건축물과 1천400여대의 중고차량만이 뒤섞여 있다.

과거 해수욕장, 보트장, 썰매장, 풀장 등을 갖춘 사계절 종합휴양지로 명성을 떨쳤지만 수십년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쇠락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인천시는 2008년 송도유원지(17만5천890㎡)를 포함한 일대에 대형 숙박ㆍ상업ㆍ휴양시설 등을 짓는 '송도관광단지 개발 계획'을 추진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물거품이 됐다.

부지 소유주인 인천도시관광은 2013년 3월 영진공사와 프로카텍 등 2개 업체에 부지를 임대했다.

이들 2개 업체는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하자 중고차 수출업체들에 부지를 재임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윤종돈 프로카텍 사장은 "개발 사업이 틀어지면서 중고차 수출업체들에 부지를 임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곳은 공항과 항만이 가까워 물류비가 적게 소요돼 중고차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고차 수출단지의 연간 수출 중고차량은 24만여대로 우리나라 연간 수출 중고차량 30만여대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 업주들은 이행강제금 등 벌금을 내서라도 이곳을 유지하거나 새로 마련되는 중고차 수출단지로 이전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자 B(55)씨는 "단지에 불법 컨테이너 등 음성화 요인이 있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컨테이너를 철거한다고 해서 중고차 수출단지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도 충돌은 피하고 싶다. 시와 구가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주면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며 심경을 말했다.

시는 인천항만공사와 중고차 수출단지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자 부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와는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단지는 항만 재배치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더욱이 이 사업은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이전계획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불법 건축물 문제는 담당 구청인 연수구가 적법하게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애초 시가 송도유원지에 관광단지사업을 추진했던 만큼 중고차 수출단지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행정대집행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중고차 수출단지는 먼지와 소음 등 주민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미 수년간 진행한 행정대집행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한 상태"라며 "주민불편의 원인은 애초 도시계획 실패에 있다. 시가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는 한 구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행정대집행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중고차 수출단지 업주들의 조정 신청을 접수, 행정대집행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조사는 60∼120일이 소요돼 행정대집행 계고 기한인 이달 24일을 넘겨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는 기한까지 컨테이너가 철거되지 않으면 권익위의 조사와는 상관없이 행정대집행을 강행할 방침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연수구에 행정대집행에 대한 자료와 의견서를 요청한 상태"라며 "24일 이전까지 조사를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정결과는 나오는 대로 구와 인천시 등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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