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론' 확산속 공식회의서 입닫아…'文 자극' 우려한듯

▲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간경기=연합뉴스)

새누리당은 확산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불가론' 기류에도 정작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버티기'를 고수하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문 후보자는 19, 20일 연이어 퇴근길과 출근길에 언론보도에 항변하며 친일·식민사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고,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원하는 여권 기류에 대해 짐짓 "전혀 그런 얘기 들은 바 없다"고 일축하며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까지 연출, 당 지도부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문 후보자 지명 파문으로 새누리당 지지층이 대거 이탈,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8일 조사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각각 36.9%, 36.7%로 엇비슷하게 나오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은데 위기의식까지 체감하고 있다.

사태를 조기에 매듭짓고 국면을 전환하지 못할 경우 7·30 재보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게 여권 지도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당 지도부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귀국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시하고 있다. 자칫 거취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문 후보자가 맞서는 듯한 최악의 모습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박(친박근혜) 인사들 사이에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불가 쪽으로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본다"면서 "문 후보자가 그것을 못 알아들으면 곤란한 것 아니냐"며 문 후보자를 향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날 정례적으로 개최하던 공식 비상대책회의를 사실상 건너뛴 데 이어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문 후보자에 대해 입을 봉했다.

언론에 공개된 주요당직자회의 앞부분에서 이완구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총 10명 정도가 공개발언에 나섰지만 문 후보자 문제는 아예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문 후보자가 버티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공개 발언으로 문 후보를 자극, 논란을 확산시키는데 부담을 느끼는 한편, 박 대통령의 귀국 이후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상황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관측된다.

당 지도부와는 별개로 그동안 자진사퇴를 촉구해온 당권주자들은 이날도 문 후보자의 결단을 거듭 요구했다.

친박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문 후보자에 대해 "국민이 원하는 총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백성의 신망이 없으면 재상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본다"고 문 후보자 스스로의 거취정리를 거듭 강조했다.

역시 당권주자인 이인제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 국정을 총 책임진 대통령에도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 "(문 후보자) 본인이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 도전에 나선 친박의 홍문종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국민의 심정, 감정을 잘 유의하셔서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판단해주시면 좋겠다"면서 문 후보자의 결단을 촉구했다.

잇따른 인사검증 난맥상과 관련, 비주류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에 대해 이들 당권주자는 "비서실장이 검증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서청원), "교회에서의 강연까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었겠느냐.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바꿔야 한다"(이인제), "문 후보자가 낙마를 한다고 해도 김 실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홍문종)라면서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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