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퇴해야" 전방위 압박…與 엄호발언 없이 여론 주시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친일 사관 논란에 휘말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18일 여권의 미묘한 기류 변화 속에 고비를 맞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여권을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엄호했던 전날까지의 기류와 달리 '침묵'을 지킨 채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이 같은 기류변화는 결국 '문창극 카드'를 끝까지 지키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부르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바쁜 일정 속에 우리나라 시간으로 이날 오전까지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재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여러 가지 분석과 설이 난무하고 있다.

▲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실제로 일정 때문에 결재를 못 할 수도 있지만, 결재를 미룸으로써 문 후보자에게 자진해서 사퇴하라는 완곡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냐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임하겠다는 뜻이 워낙 완강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공개 회의석상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언급을 일절 자제했다.

다만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문 후보자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방향성을 정해놓고 가는 것보다 한 분 한 분 스스로 자연스럽게 해도 무리가 없다"며 "절차를 지켜가며 의원들의 의견을 한 분 한 분 소중히 듣고 국민 여론을 살피면서 무겁게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쪽같은 일주일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총리 후보자를 놓고 정치권과 국민은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까먹었다"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화가 많이 난다"고 발언하고 있다.


지도부의 기류 변화 속에 친박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과 이재오 김영우 김상민 의원 등 당내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문 후보자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도부가 일제히 나서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임명동의안 제출이 미뤄진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문창극 카드'를 포기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는 한편, 인사청문회를 강행하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후보자를 환영하는 세력은 이제 일본의 극우세력뿐인 것 같다"며 "애당초 어처구니없는 후보자를 국민에 내민 일 자체가 국민 모독이었고 대한민국 역사를 모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임명동의안 제출이 미뤄지는 데 대해 "문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하도록 박 대통령이 포기 수순을 밟고 있지 않나"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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