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열흘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백명의 실종자 가운데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 아직도 120여명의 실종자가 차가운 바다 속에 잠겨 있다. 여태껏 단 한 명의 실종자도 생환시키지 못한 데에는 초기 대응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한둘이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상적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혹시라도 원칙과 기준이 지켜진 게 있는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었다. 민관의 검은 유착에 따른 부패와 비리의 악순환은 결국 참사를 부른 씨앗이 되었다. 침몰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는 일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초기 대응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 역시 이에 못지 않다. 그런데 바로 해경이 초기 대응 부실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형국이다. 해경이 주도적 역할을 해온 실종자 구조 작업이 현재진행형임에도 초기 대응 부실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애초 난감해했던 해경 수사에 나설 뜻을 비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해경에 대한 수사를 할거라면 미적대지 말고 신속히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부실하고, 부적절한 초기 대응이 참사를 키운 것일 수 있다고 보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경은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에 핵심 역할을 하면서도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해경 쪽에 불신의 시선이 쏠리는 배경을 들여다보면 해경이 자초한 측면이 커 보인다. 며칠 전 한 해경 간부가 "승객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라고 했다가 곧바로 직위 해제됐다고 한다. 한낱 우발사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공복의 자세를 망각한 것에 다름없다. 생존자 구조 소식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온 실종자 가족들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었겠나. 해경이 나름 주어진 환경에서 구조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는데도 합당한 평가를 못 받는 것같아 야속하다는 생각에 무심코 내뱉은 실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초기 대응 실패 논란이 고조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이유를 대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경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세월호는 화물을 규정보다 훨씬 많이 실어 사실상 여객선이 아닌 `화물선'이나 다를 바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런데 해경이 선박 운항관리규정 심사를 허술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세월호의 상습적인 화물 과적을 방치한 셈이 됐고, 결국 초대형 참사를 부른 요인의 하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로는 사고 초기 자원봉사에 나선 민간 잠수부들과 갈등을 빚어 한시가 급한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지연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 각지에서 소방 헬기가 팽목항에 집결했는데도 구조 현장에 뛰어들지도 못한 채 대기만 하다가 되돌아갔다고도 한다. 앞으로 수사가 이뤄지면 이런 부분의 진위와 함께 초기 대응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해경의 초기 대응 부실 논란을 보면서 가장 안타깝고, 진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바로 침몰 신고 접수 후 구조 가능시간인 `골든 타임'(48시간)을 놓쳤다는 점일 것이다. 신고자가 선원이 아닌 탑승객임을 전해들었는데도 위도와 경도, 선박 이름, 상선인지 어선인지 등을 물어보면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하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실종자 가족은 물론 대다수 국민을 더욱 아연실색케 한 것은 초기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경비정이 보여준 구조 행태다. 세월호가 전복돼 물에 잠기기 전에 이뤄진 구조 작업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인상을 줬던 것이 사실이다. 해경 경비정이 비밀통로로 빠져나온 선원들을 서둘러 구조하는 장면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해경 구조요원이 이미 꽤 기운 배 위에 올라 구명벌을 터뜨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무척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때 선원들을 구조선에 태우는 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선내로 진입해 객실 등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승객들을 아울러 구해낼 수는 정녕 없었던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또 배 밖에서 탈출 승객을 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선창을 깨고 들어가 구조작전을 펴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것도 구조요원의 목숨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시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싶다. 구조 사령탑 부재로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어서 어떤 결단도 내릴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선내 승객들의 절박한 상황은 미처 헤아릴 겨를도 없었던 것인지가 정말 궁금하다. 언론을 통해 구조 장면을 지켜본 이들의 가슴을 참으로 무겁고, 답답하게 만든 대목이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속시원히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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