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직행좌석버스가 23일 갑자기 입석 탑승을 금지하는 바람에 많은 출근길 이용객이 제때 버스를 못타 지각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혼란은 하루 만인 24일 입석이 다시 허용되면서 잠재워졌지만 이 일은 세월호 참사로 국가 안전대책의 대수술 필요성이 절실한 지금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고속도로로 운행하는 직행좌석버스는 원칙적으로 입석 승객을 태워서는 안 된다.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에서는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에 몰리는 승객을 빨리 실어나르기 위해 직행좌석버스의 입석 탑승은 묵인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로 국토교통부가 버스 운행 관련 안전대책을 논의하자고 하자 버스회사 측이 원칙대로 입석을 예고 없이 금지하면서 혼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용객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국토부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입석 단속을 보류하기로 하고 버스 증편이나 전세버스 투입 같은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번 일은 우리 사회가 안은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불법이고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로 버젓이 용인되는 우리 주변의 일들인 것이다. 직행좌석버스의 입석 탑승은 바쁜 승객들을 최대한 많이 실어날라야 하는 현실 때문에 이뤄져 왔다. 안전 문제가 있지만 바쁜 출근길에 위험도 감수한 채 입석이라도 탈 수밖에 없는 것이 이용객의 현실이다. 그래서 교통당국도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라도 나면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지 그 위험을 알면서도 눈감아온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이래도 큰일이야 없겠지' 하는 안전불감증도 깔렸다. 이런 현실에서 안전 문제가 불거져 원칙대로 입석을 갑자기 금지하자 당장 문제가 생겼다. 출퇴근 시간에 입석을 하지 않고도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버스가 준비돼 있거나 다른 교통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탓이다. 원칙을 지킬 만큼 우리의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앞뒤 안 가리고 규정을 적용하거나 대책만 만들면 또 다른 문제를 낳는 것이다. 즉 졸속이 가져오는 부작용이다.'

    세월호 참사로 선박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려는 대책의 추진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려는 모양새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위험이 생산현장, 건설현장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직행좌석버스 문제에서 보이듯 현실이나 여건을 살피지 않고 졸속으로 대응하는 것은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승선자 점검이나 화물 고박과 같은 안전관리 문제도 철저하게 시행하려면 '대충 대충'이 일상화된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려면 안전 문제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함 정도는 감내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자체가 변해야 한다. 또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안전관리 대책도 현실을 잘 살펴 사회의 기반부터 근본적으로 바꿔나가는 방향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또 안전을 위협하는 편법이나 탈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재난관리 시스템의 재설계와 안전의식 개혁을 포함하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안전에 관한 한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바꿔 진정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계획을 마련하고 하나하나 철저하게 실천에 옮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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