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의 장기 침체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이 나라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지난 19일 보도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18일 SUV모델인 랜드 크루저 프라도의 러시아 현지 생산을 6월말로 종료하고 일본에서 수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닛산과 미쓰비시도 생산 조정을 강요당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해 후반들어 현지 판매가 부진한 상태여서 재고 관리 차원에서 생산을 줄여야 하는 형편이다. 유가 하락과 루블화 약세 등으로 러시아 소비자들의 구매가 줄어든 때문이다. 도요타의 올해 상반기 러시아 시장 판매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량 줄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6% 증가한 18만 3천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갑자기 환경이 급변한 것이다.

도요타는 2013년 2월부터 러시아 자동차회사와의 합작 형태로 랜드 크루저 프라도를 생산했지만 누계 2만9천대를 조립하는데 그쳤다. 회사측은 생산 중단 이유에 대해 "중장기적인 비즈니스 연속성의 관점에서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2007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설립해 주력 세단인 '캠리'의 생산을 시작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장은 내년부터 SUV모델인 'RAV4'를 생산할 계획으로, 러시아의 SUV생산 거점으로 재편된다.

러시아에 4개의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닛산의 2분기 판매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12.6% 감소했다. 닛산은 재고가 늘어날 우려가 있어 3월에 실시한 생산 조정을 재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엥 그룹(PSA)과 합작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미쓰비시는 지난해 말부터 판매 침체로 연간 4만대의 생산능력을 줄이고 있다. 올해 4월 말부터 5월초까지 8일간 조업을 중단한 바 있고 현재의 가동률은 70% 정도로, 9월까지 이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지난해 신차 시장 규모는 249만대였다. 1억4천만명이 넘는 인구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주목되는 시장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 탓에 신차 구매가 침체되고 있다.

자동차 딜러의 경영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고금리 압박으로 자금 유동성이 막혀 도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사장을 감안한다면 올해의 러시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하회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편,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연내에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독일 폴크스바겐(VW)도 8월 초 조립 생산을 1개월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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