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차량을 탈세와 횡령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을 보면 정부가 과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또 조세 정의를 세울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업무용 차량을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 가운데 50%를 경비로 처리해주고 나머지 50%에 대해서는 운행일지를 확인해 업무 목적에 맞게 사용한 비율만큼 경비로 인정해준다. 차량에 회사 로고를 부착하는 경우에는 전액 비용으로 처리된다. 차량 구입비용의 경비처리 상한선은 두지 않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경비처리 상한선을 설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통상 마찰' 우려를 거론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비 처리의 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일정 수준으로 정하는 것이 통상 마찰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요즘은 2천만∼3천만원대 수입차도 많고 국산차 중에 1억원을 넘는 모델도 있다. 주로 강남에서 20대 젊은이가 몰고 다니는 수억원대의 최고급 스포츠카 중 90% 이상이 업무용 차량이다. 불법, 탈법에 대한 유혹을 억제하기 위해 한도 설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자동차 메이커가 있는 미국이나 일본도 이런 한도가 있다. 미국은 차량 가격이 1만8천500달러(약 2천100만원)를 넘으면 세금공제를 차등 적용하고 있고, 일본도 300만엔(약 2천800만원)까지만 손비처리를 인정한다. 개정안은 또 경비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을 제시했는데 회사 직원에게 운전까지 맡기면서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자녀를 회사에 위장 취업시켜 월급까지 챙길 가능성도 있다. 회사 로고를 붙이면 운행일지가 없어도 100% 경비 인정해준다는 조항도 더 상세하고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 회사 로고를 한쪽 귀퉁이에 보일 듯 말 듯 표시할 수도 있고, 로고를 면죄부로 생각해 마음껏 개인 용도로 사용할 우려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업무용 차량 과세제도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정당한 과세제도 정착을 위한 개선책으로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새 제도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를 유도하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친기업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제도의 그물을 손질하면서 여전히 큰 구멍을 남겨 놓는 것은 오히려 기업을 편법이나 탈법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꼴이 되고 결과적으로 기업과 기업인 모두에게 해가 된다. '유리지갑' 월급 생활자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세 형평과 사회 정의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더 촘촘하고 세심하게 가다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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