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차, 즐거움을 마시다’ 특별전 심포지엄

경기도박물관(관장 이원복)은 ‘차茶, 즐거움을 마시다’ 특별전(2014. 4. 30.~2014. 8. 24.)을 전시 중이다.

이 전시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차’라는 고급 음료 문화를 문헌과 도자, 회화 작품 등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보는 자리이다.

특히 경기도박물관 소장 유물뿐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삼성미술관 Leeum,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려대학교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 전국 주요 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들의 협조로 출품된 차문화 관련 유물 20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차를 소재로 한 현대 화가와 도예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차로 인해 파생된 전통과 현대 예술 사이의 영향과 변용까지 살펴볼 수 있다.

차의 기원은 중국이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오랜 기간 동안 음용되면서 나름의 독자적인 문화를 이룩했다.

우리나라 차와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로 선덕여왕 때부터 확인되지만, 흥덕왕 3년(828) 지리산 자락에 차의 씨앗을 심게 된 후 본격적인 생산과 함께 확대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출품된 돌절구는 한성백제 시대에 축조된 소근산성에서 출토된 유물로, 떡차(찻잎을 쌀가루로 쑨 풀과 섞어 덩어리로 만들어 말린 차)를 빻을 때 사용된 도구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동진~남조시대에 차를 마시는 데 사용되었던 청자잔과 계수호가 한반도에서 출토된 것은 기록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차문화가 형성되어 있었음을 알게 한다.

경주 월지에서 출토된 ‘묵서명완(墨書銘碗)’ 역시 우리나라 차문화 역사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아 온 유물이다. 표면에 ‘茶’가 적힌 사발로서 차를 마실 때 사용된 그릇으로 추정된다. 기록에서 찾을 수 없었던 우리나라 차의 오랜 역사를 다양한 기형의 출토 유물들이 대신 이야기해 주고 있는 셈이다.

고려시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차가 가장 널리 성행한 시기이다. 그리고 청자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예술품으로 여겨지는 동시에 차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 생활 용기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의 가마터에서 발견되는 그릇 중 50% 가량이 청자 찻잔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차에 대한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초기 청자를 보여 주는 해무리굽 청자 찻그릇부터 꽃모양의 잔, 잔받침, 병, 다연(茶硯), 신안선에서 수중 발굴된 차맷돌까지 차에 관한 고려시대 물건들이 기형과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고려시대에 가루차를 주로 즐겼다면, 조선시대에는 건조시킨 잎차를 주전자에 넣고 뜨거운 물로 우려 마시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따라 찻잔도 변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찻그릇들로 꾸며진 전시 공간에는 손잡이가 달리 순백자 찻잔과 대나무·박쥐·모란 등을 코발트 안료로 장식한 찻잔 등 현대의 찻잔과 기형과 크기가 비슷해진 조선 백자들과 19세기에 사용된 작고 아담한 다관(茶罐)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대한제국기에 황실에서 사용한 은으로 만든 찻잔과 주전자에서는 이미 고급 문화가 되어 버린 차문화의 세련된 품격이 엿보인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김홍도(金弘道), 이인문(李寅文), 심사정(沈師正), 이경윤(李慶胤), 조석진(趙錫晉) 등이 차를 소재로 그린 명품(名品) 회화들도 대거 전시중이다.

그림 속에서 차는 산에 은거(隱居)하고 있는 선비를 나타내는 소재가 되기도 하고, 고사(高士)들의 여유로운 여가 생활을 보여 주기도 한다. 운치 있고 뜻 깊은 모임을 그린 아집도(雅集圖)에서는 모임에 여유를 주고, 흥을 돋우는 음료로서 차가 등장한다.

김홍도의 ‘죽리탄금(竹裡彈琴)’ 부채 그림, 이인문의 화첩과 ‘산정일장(山靜日長)’ 병풍 그림, 김두량(金斗樑)·김덕하(金德廈) 부자(父子)의 합작품인 ‘사계산수(四季山水)’, 심사정의 ‘송하음다(松下飮茶)’ 등 평소 보기 어려웠던 조선시대 명작(名作) 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 기간 중 관람객들에게 차를 소재로 한 다양한 조선시대 명작 회화 작품을 보여 주기 위해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부분적인 교체 전시를 진행한다.

이때 전시되는 유물은 김홍도의 ‘취후간화(醉後看花)’, 백은배(白殷培)의 ‘월하주유(月下舟遊)’, 최북(崔北)의 ‘산수도(山水圖)’,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서예 작품과 초상 등이다. 우리나라 역사 속 다인(茶人)으로 재조명되는 인물들의 초상화도 새롭게 선보인다. 조선시대에 이모(移模)된 ‘정몽주(鄭夢周) 초상(보물 제1110-2호)’은 고려시대 공신상의 양식을 잘 보여 준다. 정몽주가 ‘돌솥에 차를 달이며 ’ 지은 시를 따라 읊으면서 초상화를 감상해 보자. 김육(金堉)의 초상화 2점도 전시된다.

모두 중국 청나라의 유명한 화가였던 호병(胡炳)이 그린 작품들이다. 한 점은 관복을 입은 정면상이며, 한 점은 소나무 아래에 주인공을 그린 야외 초상 형식의 작품이다.

김육은 대동법 실시를 주장한 관리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그가 편찬한 『유원총보(類苑叢寶)』에는 차와 관련된 다양한 고사, 제도와 차의 효능 등이 수록되어 있어 다인으로서의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그 밖에 전시에 출품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차문화에 관련하여 반드시 참고해야 할 주요 유물들의 사진과 정보는 ‘차, 즐거움을 마시다’ 특별전 도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박물관은 특별전 ‘차, 즐거움을 마시다’와 관련하여 6월 20일(금) 14시부터 경기도박물관 강당에서는 ‘한국의 차 문화’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전시중인 문헌, 도자, 회화 유물들과 관련 깊은 심도 있는 발표들로서 우리나라 차문화 연구를 보다 발전시키고 확대하는 계기가 되고자 마련하였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려시대의 다방茶房, 다시茶時, 다점茶店, 다소茶所 등이 문헌을 바탕으로 더욱 구체적으로 정의되고, 그 실체도 더욱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조선시대에 차를 인연으로 펼쳐지는 인적 교유와 그로 인한 파생된 차문화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연구와 토론이 병행될 것이다.

조선시대에‘차’를 담았던 그릇의 종류와 변용을 도자사적 시각에서 연구된 점도 색다른 시도이다. 우리나라 차 그림을 유형별로 나누고, 새롭게 보이는 양상의 차 그림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발표 주제는 ‘고려의 차茶 정책의 운용과 문화’(김성환, 경기도박물관 학예팀장), ‘조선시대 차문화의 전개와 특징’(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 ‘조선시대 다기고茶器考’(방병선, 고려대학교 교수), ‘우리나라의 차 그림[茶畫]’(이원복, 경기도박물관장) 총 4개이다. 우리나라 차, 또는 차 문화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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